맥시멀리즘의 궁극: JW Marriott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 & 스파
- 8월 10일
- 8분 분량
세상에서 가장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 ‘역사의 아우라’ 아닐까. 베트남 푸꾸옥 섬 남쪽의 켐 비치에 자리한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 & 스파에서, 놀라운 맥시멀리즘의 정점을 만났다.

늦은 저녁 직항 항공을 타고 내린 푸꾸옥 공항에서 20여분.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전형적인 기대를 비껴간 독특함이 느껴졌다. 중립적인 베이지색 대리석 로비가 아닌 오래된 학교의 정문을 연상시키는 건축물과 아치형 회랑, 빛이 바랜 듯한 색채, 기묘한 동물 표본과 오래된 책, 학문을 상징하는 문장과 교표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벽에는 대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자료가 붙어 있고, 진열장에는 누군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 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건물의 명칭까지 대학을 리모델링한 공간임이 분명하다.

학교의 이름은 라마르크 대학교(Lamarck University), 그러나 반전이 있다. 이 학교는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다. 프랑스의 박물학자 장바티스트 라마르크를 기리기 위해 1894년 설립되었다가 1940년대 폐교되고, 오랜 세월 버려진 뒤 JW 메리어트에 의해 복원되었다는 것이 호텔의 설명이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허구의 이야기다. 그런데 모든 디테일에 “너무나 진심”이라, 그 허구적인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게 우리를 설득한다.

다시 본격적으로 이 허구의 이야기에 푹 빠져 보자. 라마르크는 찰스 다윈보다 앞선 시대에 생물의 변화와 진화를 설명하려 했던 인물로, 오늘날 그의 이론 전체가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화에 관한 근대적 사고의 토대를 마련한 학자로 평가된다. (정말 진짜 있을 법한 이야기 아냐?) 호텔을 디자인한 빌 벤슬리는 이 가상의 대학을 자연과 인간, 생물학과 인류학, 동물학을 연구하던 교육기관으로 설정했다. 객실동과 레스토랑, 바, 스파, 체육시설은 모두 학교의 학과와 부속시설 컨셉으로 만들어졌는데, 솔직히 ‘컨셉’이 아니라 진짜 리노베이션을 한 것 같다. 모든 빈티지 가구, 액자, 소품 하나하나까지 너무 진심이다. “자연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꿈의 대학을 재건한 곳”이라는 슬로건처럼, 건물의 비례와 색상, 가구, 그림, 문 손잡이, 직원의 유니폼,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과 레스토랑의 명칭에까지 이 스토리가 반영되어 설계됐다. 사실 이런 것 잘못 만들면 정말 유치하고 조잡스러울 수도 있는 도전인데,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인 캠퍼스를 다시 리모델링한 허구가 현실로 다가온다.
호텔을 경험하는 방식도 이에 따른다. 객실로 향하는 길은 캠퍼스를 탐험하는 산책이 된다. 낡은 지도처럼 그려진 안내판을 따라 서로 다른 학과 건물을 지나고, 회랑과 계단, 정원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한 물건을 발견한다. 이 호텔에서는 일부러 길을 돌아가 보고, 계단 아래 놓인 표본함을 들여다보고, 벽의 작은 문구를 읽는 동안 비로소 공간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맥시멀리즘의 거장, 디테일의 악마 빌 벤슬리
우리 세계에선 우상이다. 빌 벤슬리. 여행과 호텔에 관심이 있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이름. 그가 디자인했다는 사실만으로 호텔을 찾아가는 여행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하나의 스타일을 가리키는 형용사처럼 사용되는 데 비해, 빌 벤슬리가 정확히 어떤 인물이며 왜 아시아의 호텔 디자인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지 여러분은 알고 있는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벤슬리는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조경 건축을 공부했다. 1984년 졸업 후 아시아로 건너와 싱가포르와 홍콩을 거쳐 방콕에 정착했고, 이곳에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웠다. 그의 출발점은 건축보다 조경이었다. 벤슬리는 오랜 기간 조경 건축가로 활동한 뒤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와 그래픽 디자인까지 자신의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스스로를 단순한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규정하기보다, 건축과 조경 사이의 경계가 없는 “환경의 디자이너”라고 설명해왔다. 여기서 그의 특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호텔 프로젝트에서는 건축, 인테리어, 조경과 브랜딩을 서로 다른 회사가 담당한다. 완성도 높은 호텔이라도 건축물과 정원, 객실과 공용 공간이 조금씩 다른 스타일이 반영된다. 반면 벤슬리의 프로젝트에서는 나무 한 그루와 건물의 위치, 객실에 놓인 의자와 레스토랑 메뉴판의 글씨체까지 좀 더 일관적이고 강력한 응집력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말한다.

그의 작업이 특정한 스타일을 반복해서 복제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장소의 환경과 역사에 맞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발리의 정글에 자리한 카펠라 우붓에서는 19세기 초기 유럽 탐험가와 정착민의 야영지를 상상했고, 하노이의 카펠라에서는 오페라하우스를 드나들던 예술가들의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 태국 카오야이의 인터컨티넨탈에서는 폐기된 열차 객차와 철도의 역사가 리조트의 무대가 된다. 이번에 내가 방문한 푸꾸옥에서는 진화론과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가상 대학”을 창조했다. 그의 작업에 자주 인용되는 문장은 인도네시아어 표현인 “Lebih gila, lebih baik”, 즉 더 기이할수록 더 좋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의 공간에는 절제된 미니멀리즘과는 정반대의 맥시멀리즘이 넘쳐 흐른다. 너무 좋다! 색은 선명하고, 패턴은 대담하며,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시대와 문화의 물건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한다. 동물 조각과 골동품, 기이한 회화, 손으로 그린 표지판, 오래된 여행 가방과 과학 기구가 빈틈없이 들어찬다. 그러나 이것이 무작위적인 장식 더미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모든 사물에 역할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맥시멀리즘의 본질은 많은 물건을 늘어놓는 미학이 아니다. 요즘처럼 비워내는 재팬디 스타일의 감성이 대부분인 디자인 트렌드는 타임리스한 멋으로 세련되어 보일 수 있지만, 여행을 마친 뒤 어느 도시에 있었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반면 벤슬리의 호텔에서는 로비 한쪽에 놓인 동물 표본과 복도의 색, 방 안에 걸린 이상한 초상화 하나까지 기억 속에 남는다. 공간이 배경에 머물지 않고 여행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의 화려한 디자인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벤슬리는 호텔의 환경적 책임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그는 조경 건축가로서 자연을 훼손한 뒤 조경으로 다시 포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지형과 나무를 가능한 한 보존하면서 건축물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태국 코사무이의 포시즌스 리조트를 설계할 때 현장에 있던 856그루의 성숙한 야자나무를 그대로 유지한 채 80채의 빌라를 배치한 점도 그렇다. 나무를 제거하지 않고 지붕과 데크, 때로는 건물 자체가 나무를 피해가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그의 저서에서 작은 건축 면적, 자연 채광과 교차 환기,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와 건축 자재, 대나무와 재활용 소재, 골동품과 기존 가구의 업사이클링을 강조했다. 새 호텔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새것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벤슬리는 JW 메리어트 푸꾸옥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에 수많은 빈티지 가구와 골동품을 사용했는데, 이는 그의 이야기가 유치한 테마파크 장식이 아니라 진정한 역사적 공간의 아우라를 갖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오래 된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면서도, 새 제품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시간의 밀도와 개성이 공간에 깃든다. 그는 여행자가 하나하나 공간 사이를 걷고, 소품을 만지고, 관찰하며 기억하게 만드는 환경을 설계한다. 이번 JW 메리어트 푸꾸옥은 그의 디자인 스타일을 가장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진지한 건축과 디자인의 근원
베트남에 있는 프랑스식 대학이라니, 그것이 푸꾸옥이어야만 할까? 내 답은 ‘그렇다’였다. 건물들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인도차이나 건축을 연상시킨다. 높은 천장, 깊은 처마, 아치형 창문과 회랑, 격자형 문, 테라코타 지붕의 구성이 반복된다. 열대 지역에서 빛과 바람을 조절하기 위해 발전한 건축적 요소 위에 유럽 학교 건물의 엄격한 대칭과 장식이 결합했다. 색채는 더욱 자유롭다. 노란색과 청록색, 분홍색, 짙은 녹색과 파란색이 건물마다 다르게 사용되면서 각 학과의 성격을 구분한다. 어떤 건물은 오래된 자연사박물관 같고, 어떤 건물은 프랑스 남부의 학교 기숙사나 해변 휴양지처럼 보인다. 안에 들어서면 베트남식으로 긴 술장식(태슬)을 늘어뜨린 조명등이 유럽식 샹들리에 대신 공간에 빛을 밝힌다. 베트남이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 온 독특한 문화가 정말 잘 녹아든다.
리조트는 실제 캠퍼스처럼 여러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다. 투숙객이 머무는 객실동은 자연과학의 여러 학과를 상징하며, 로비는 학장의 도서관, 피트니스센터는 체육학과, 칵테일 바는 화학과라는 설정이다. Department of Chemistry Bar에는 화학식을 연상시키는 그래픽과 실험실 도구가 배치되어 있고, 바텐더는 일종의 화학자처럼 흰 가운을 입고 칵테일을 만든다. 체육관에는 대학 스포츠팀이 사용했을 법한 장비와 트로피가 보인다. 단순히 장소에 학과 이름을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그 학과가 정말 오랫동안 운영되었다는 증거를 공간 곳곳에 만들어놓았다. 벽에 걸린 교수의 초상화, 학생들이 받았다는 상장과 트로피, 학과별 교재와 연구 자료는 모두 허구이지만 정말 진짜 같다! 아마 실제 역사를 복원한 호텔에서도 이 정도로 풍부한 기록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JW 메리어트 푸꾸옥은 일반적인 테마 호텔과 차별화된다. 테마 호텔이 특정한 이미지나 장식을 반복한다면, 여긴 아예 세계관을 설정했다. 왜 이 건물에 이런 색이 사용되었는지, 왜 이 방에 동물 그림이 걸려 있는지, 왜 바에 실험 도구가 놓여 있는지에 대한 답이 모두 라마르크 대학교의 이야기 안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호텔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지적인 설정을 아주 장난스럽게 풀어낸다는 데 있다. 벤슬리는 여행자에게 세계관을 공부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건물과 동물 조각을 보며 캠퍼스를 탐험하고, 어른들은 오래된 물건과 건축적 디테일을 발견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에 빠져든다. 호텔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로 즐길 수 있고,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며칠을 머물러도 새로운 디테일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객실과 켐 비치
객실에서 흥미로운 점은 아주 높은 천장과 모든 객실의 큰 발코니다. 리조트는 해가 뜨는 방향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일출이 장관이다. 그리고 객실의 색상과 장식은 배정된 건물과 학과에 따라 달라진다. 벽에는 생물학과 동물학, 식물학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자료가 놓이고, 가구와 조명에는 빈티지 학교의 분위기가 스며 있다. 그러나 침대와 욕실, 수납공간 같은 기능적인 부분은 현대적인 편리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은 결국 해변 리조트다. 푸꾸옥 남부의 켐 비치, 베트남어로 바이켐이라 불리는 해변을 따라 부드러운 흰 모래와 맑고 잔잔한 바다, 푸른 하늘과 투명한 물빛이 아름답다. 바다는 비교적 완만하게 깊어지고 파도가 아주 잔잔한 편이라 가족 여행자가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물론 푸꾸옥의 바다 상태와 수질은 계절, 바람과 조류의 영향을 받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평온한 열대 바다 휴양의 전형이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야외 수영장도 여럿 마련되어 있다. 가리비 모양으로 인기가 많은 수영장부터 메인 야외 풀장, 키즈 풀장까지 3곳의 독립된 수영장이 여유로운 분위기다.


베트남의 가장 풍성한 아침식사부터 다이닝까지
메인 레스토랑인 템퍼스 푸짓, Tempus Fugit은 라틴어로 ‘시간은 흐른다’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호텔의 일상을 담당한다. 해변과 가까운 밝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베트남 요리와 인터네셔널 메뉴를 함께 선보인다. 특히 아침 식사는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반 꾸온(바로 구워 만드는 촉촉한 쌀 전병에 돼지고기 소를 넣은 요리)를 꼭 경험하기를 추천. 그 외에도 쇠고기와 닭고기 두 가지 쌀국수도 일품이고, 반미 샌드위치부터 각국의 요리들, 열대 과일까지 다양하고 풍성한 식탁을 즐길 수 있다. 베트남의 명물인 베트남 커피와 코코넛 커피, 에그 커피도 한 잔씩 꼭 마셔 보기를 바란다.
해변 가까이에 자리한 레드 럼, Red Rum은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해산물과 그릴 요리를 즐기는 공간이다. 모래와 바다, 숯불의 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레스토랑이다. ch & Co.는 캠퍼스 안의 작은 프랑스식 카페인데 디저트,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고, 긴 오후의 속도를 잠시 늦추기에 좋다. 날짜에 따라 초콜릿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특히 이곳은 유럽의 오래된 학교 근처에 있을 법한 카페의 분위기가 호텔의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가장 연극적인 레스토랑은 핑크 펄, Pink Pearl이다. 이름 그대로 강렬한 분홍색 외관과 화려한 실내를 갖춘 독립적인 저택 형태의 공간으로, 가상의 대학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마담 펄 콜린스의 저택이라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금은 홍콩에 기반한 미쉐린 스타 셰프 올리비에 엘제르가 이끄는 프렌치 다이닝으로, 프랑스 요리에 지중해적 요소를 결합한 구성을 표방한다.

Department of Chemistry Bar는 라마르크 대학교의 서사를 가장 유쾌하게 보여주는 장소다. 주기율표와 과학 도구,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오브제가 공간을 채우고, 칵테일은 일종의 화학 실험처럼 표현된다. 테마가 명확한 바는 자칫 음료보다 장식이 앞서기 쉽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하루 종일 이어지던 대학의 이야기가 밤에도 중단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투숙객은 체크인할 때부터 시작한 역할극을 칵테일 한 잔과 함께 계속한다.


앨리스의 모험 속으로, 스파
Chanterelle–Spa by JW는 자연과 균류를 연구했던 학과 컨셉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곡선과 다양한 버섯 표본, 버섯 도안과 앨리스 옷을 닮은 직원들의 유니폼이 인상적이다. 흔히 리조트 스파는 흔히 현실에서 분리된 고요함을 만들기 위해 색과 장식을 최대한 줄이는데 그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대담한 선택이다. 마치 또 하나의 환상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곡선으로 이어지는 복도와 버섯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은 스파 전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환기한다. 사진처럼, 스파 가운도 앨리스의 카드 병정들처럼 참 귀여웠다.
푸꾸옥 럭셔리 리조트에서 이곳의 위상은…
벌써 10년 전. JW 메리어트 푸꾸옥은 2016년 문을 열었다. 당시 푸꾸옥은 이미 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국제적인 럭셔리 여행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완전히 확립하기 전이었다. 이 호텔은 푸꾸옥의 위상을 급격히 바꾼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JW 메리어트 이후 주변으로 인터컨티넨탈, 리젠트, 뉴월드와 다양한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섰고, 섬 남부에는 케이블카와 테마파크, 계획도시형 관광시설이 빠르게 조성되며 함께 지역적 성장을 이뤘다. 곧 2028년에는 파크 하얏트도 오픈 예정이다.

물론 이곳이 유일한 럭셔리 리조트는 아니겠지만, 여기에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 정체성이 있다. 사진 한 장만 보고도 이곳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특별한 가치다. 세계적으로 럭셔리 호텔 브랜드가 늘어나고 디자인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많은 럭셔리 리조트가 서로 비슷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넓은 인피니티풀, 중립적인 색상의 객실, 천연석 욕실, 해변을 향한 레스토랑은 아름답지만 장소를 구별하는 기억이 되기 어렵다. 반면 라마르크 대학교의 파스텔색 건물과 기묘한 표본, 분홍색 저택, 화학과 바는 웃음이 나는, 이곳만의 고유한 요소다. 아마 그 이유가 이 호텔이 개장 이후 디자인, 여행 분야의 수많은 상을 휩쓴 이유일 것이다.
여행에서 완벽함은 때로 쉽게 잊힌다. 완벽하게 정돈된 객실, 정확한 온도의 수영장, 흠잡을 데 없는 조식은 만족을 주지만 반드시 이야기나 기억을 남기지는 않는다. 반면 조금 과장되고 이상하며 때로는 취향을 시험하는 장소는 여행자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이 세상에 이런 호텔도 있구나
머무는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은 빌 벤슬리에 대한 경탄, 아니 경외심이었다. 세상에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았던 대학의 역사를 쓰고, 학과와 교수와 학생을 만들고, 그들이 남겼을 법한 책과 표본과 트로피를 제작해 바닷가에 하나의 캠퍼스를 세우는 일. 그것은 정상적인 호텔 개발의 효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거짓말도 이렇게 진심이면 지천이 감동한달까… 많은 호텔이 ‘스토리텔링’을 말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홈페이지 소개문과 객실 안의 작은 안내 책자에서 끝난다. 여기서는 이야기가 건물의 형태가 되고, 의자의 색이 되고, 직원의 유니폼과 칵테일 바의 이름이 된다. 책 안으로,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란! 며칠간 완벽한 허구에서 머문다는 ‘이스케이피즘(Escapism)’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기꺼이, 속아 보는 결정, 상상 속에서 기억을 만드는 즐거움. 마지막 졸업장 수여식까지,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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