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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먼에서 만난 푸젠 요리: XIA 양강 셰프와의 인터뷰

  • DiningMedia
  • 7월 7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8일

지금이야말로, 이 바닷가 성(省)의 다채로운 미식 세계를 새롭게 들여다볼 때다.

XIA의 Yang Kang 양강 셰프
XIA의 양강 (Yang Kang) 셰프

중국 요리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광동식 딤섬이나 사천식 마라를 떠올린다. 부드럽고 담백한 광동 요리, 혀끝을 찌르는 매운 맛의 사천 요리는 이미 국내에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이자, 수천 년 바닷길 무역의 중심지였던 푸젠(Fujian) 요리는 여전히 낯설다. 이름조차 제대로 들어본 적 없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바닷가 성(省)의 다채로운 미식 세계를 새롭게 들여다볼 때다.


푸젠성은 중국 동남부, 타이완과 마주한 해안에 자리한 성이다. 북쪽으로는 저장성, 서쪽으로는 장시성, 남쪽으로는 광둥성과 접하고 있어 동남아시아와의 해상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주요 도시로는 성도(省都) 푸저우(Fuzhou), 해양 무역의 중심지였던 취안저우(Quanzhou), 그리고 현대적인 항구도시 샤먼(Xiamen)이 있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약 2~3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그 음식문화는 놀라우리만치 이국적이고 복합적이다.


푸젠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바다와 산의 맛’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해산물은 기본이고, 차잎, 죽순, 각종 버섯, 건조 식재료들이 복잡하게 엉켜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국물은 맑고 은은하지만 깊으며, 간은 절제되었고, 조리 방식은 섬세하다. 특히 ‘탕(湯)’ 요리가 발달해 있어, 다양한 해산물과 건재를 이용한 국물 요리는 푸젠 요리의 정수로 꼽힌다. 맵지도 짜지도 않지만, 먹다 보면 놀랄 만큼 다층적인 풍미가 입안을 감싼다.


무역의 역사만큼이나 복합적인 음식문화도 푸젠 요리의 중요한 축이다. 송대부터 명청대까지 중국의 대표적인 항구였던 취안저우는 아라비아, 인도, 동남아의 식문화와 교류하며 ‘남방 바다의 실크로드’를 만들어왔다. 이곳의 요리는 단지 지역 특산물의 조합을 넘어, 오래전부터 쌓인 국제적인 영향력의 총체다. 그래서 푸젠 요리에는 ‘이국적인 친근함’이 녹아 있다. 전혀 낯선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 이는 푸젠 요리만의 묘한 매력이다.


lohkah hotel의 XIA 레스토랑
lohkah hotel의 XIA 레스토랑

XIA는 샤먼에 위치한 럭셔리 리조트, Lohkah Hotel & Spa 1층에 조용히 문을 열었다. 장쑤성 출신의 양강(Yang Kang) 셰프는 개관과 동시에 주방을 맡아, 푸젠 민난 요리와 광둥 요리의 조화 속에서 현대 푸젠 요리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했다. 이곳은 바다를 향해 열린 서향 창이 일몰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내는 공간 설계가 돋보인다. 공간을 가득 채운 붉은 벽돌 인테리어에서도 중국 문화의 헤리티지가 느껴지는 곳이다.


양강 셰프는 “지역 재료의 본연의 맛을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라는 요리 철학을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불 조절과 식재료의 계절성, 밥상 위에 흐르는 ‘온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 2008년 주방 보조로 시작해 샤먼 ‘CHIC1699 원양 프라이빗 키친’을 거쳐 XIA의 수장이 된 여정은, 그가 ‘기술가’로서 지켜온 규율과 치밀함의 연장선이다. “규율 없는 셰프는 없다”고 단언하는 그의 말은, 오늘 XIA의 모든 접시를 통해 고스란히 구현된다.


미쉐린 가이드 푸젠 에디션에도 정식 등재된 XIA는 “절반은 광둥, 절반은 민난”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정밀하면서도 지역의 뿌리를 분명히 드러낸 요리로 평가받는다 .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차가운 땅콩 수프’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땅콩 푸딩 위에 해조류를 풍성하게 얹어 바다와 대지의 향을 동시에 불러온다. ‘마파 보스턴 랍스터’는 푸젠 향신료의 깊이를 머금은 해산물 요리로, 현지 식도락가들 사이에 “미각과 시각 둘 다 만족시킨다”며 입소문이 퍼진다. 또한 ‘랍스터 스톡 폭탄 밥’은 주방의 스토리를 한 그릇에 담아내며, 현지 블로거들이 “주방의 이야기를 담은 한 숟가락”이라 표현할 만큼 인기가 높다.


XIA는 지역 식재를 90% 이상 로컬 소싱하며, 지속 가능성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이 철학은 미쉐린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 리뷰에서도 “푸젠의 정체성을 깊이 있게 드러낸 공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푸젠 해양문화와 식재를 중심에 두면서도, 셰프 양의 정교한 기술과 호텔 서비스가 모두 충족되는 것이 특이점.


이곳을 이끄는 양강 셰프와 대화를 나누었다.



셰프님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어떤 환경에서 자라셨나요?

저는 장쑤성 단양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독립적으로 성장하며 보냈습니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집을 떠나 계셔서 고모와 할머니 댁에서 자랐고, 일찍부터 자립심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학교 시절, 아버지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셨습니다. 학교가 끝난 후 그 식당에서 숙제를 하던 시간이 제가 처음으로 주방과 요리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경험이었습니다.


열다섯 살까지 제 세계는 고향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후 젊은 혈기로 고향을 떠나 북쪽으로 올라가 생계를 위해 주방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북경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 주방의 책임자가 “주방으로 와봐”라고 말해준 한마디가 저를 일깨웠습니다. 진정으로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칭다오에서 광둥 요리 셰프를 만나고부터였습니다. 그가 직접 전수해준 기술과 요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저에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지금 샤먼에 오게 되면서 민(闽)요리가 저의 뿌리이자 탐구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로 회귀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제 요리 철학은 “온도”와 “맛있음”이라는 소박한 가치로 요약됩니다. 이는 불 조절의 정밀함, 테이블에 올려졌을 때 끓어오르는 모습, 손님이 편안하게 느끼는 따뜻함, 나아가 인생의 풍미에 담긴 말 없는 진심입니다. 저희는 지역의 조리 전통, 기술, 식재료를 존중하면서도, 중국의 다양한 조리 문화를 흡수하고 통합하여 손님들의 내면에 도달하는 요리를 추구합니다.


중국은 광활하고 음식 문화도 다양합니다. 어떤 지역 요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나요?

고향의 음식 흔적은 급속히 성장한 제 경험 속에서 다른 경험들로 덮이게 되었습니다. 열다섯 살 이후 광둥 식당에서의 아르바이트가 광둥 요리의 입문이었습니다. 이후 베이징, 청두, 창사 등지를 전전하면서 마라(麻辣)와 매콤하고 진한 향미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고, 광둥 요리가 지역 요소와 융합하는 방식에도 통찰을 얻었습니다.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요리 스타일은 분명히 광둥 요리이며, 청두와 창사에서의 경험은 매운맛과 향신료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현재는 민요리가 중심이며, 저와 레스토랑 팀은 중국 각지의 조리 기술을 고루 받아들이고, 지역 자원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양강 셰프가 XIA에서 선보이는 푸젠 요리
양강 셰프가 XIA에서 선보이는 푸젠 요리

들으니 푸젠성과 광동성 모두에서 조리 경험이 있으시다고요. 두 지역의 요리 스타일은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제가 보는 광둥 요리는 “향이 짙고 감칠맛이 강하며”, 민요리는 “맑고 신선하며 깊은 풍미가 있다”입니다. 두 지역 모두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을 잘 활용하지만, 차이는 재료 활용법에 있습니다. 각자 본연의 맛을 강조하며, 신선함의 층위를 다르게 추구합니다.


푸젠 요리는 신선함을 기반으로 하고, 지역 식재료 사용을 중시합니다(90% 이상이 현지 조달). 조리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부산물 재활용 등), 계절성을 중요시하고(제철 음식), 지속 가능한 실천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영춘의 교신식초 공장, 민동의 어부 등 지역 공급자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광동에서의 경험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요리나 경험이 있나요?

광동에서 경험한 ‘게살 간로 샥스핀’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요리를 연습하면서 “간로 샥스핀은 맛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관찰했고, “맛이 있으면 내보이고, 없으면 들이게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샤먼 레스토랑에서 대표 요리인 ‘붉은 참게 볶은 용치어와 관염’을 개발했는데, 이는 전통에서 착안하여 혁신한 사례입니다.


해외에서의 근무나 교류 경험이 있나요? 그런 경험들이 요리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올해 저는 일본, 싱가포르, 스리랑카 등지를 여행하며 교류하고 배웠습니다. 샤먼 레스토랑의 첫 국제 협업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된 인도 NAAR 레스토랑과의 협업이었습니다. 그들의 총괄 셰프인 프라틱 사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중 수상자이며, 향신료로 소스를 만드는 법과 고산 요리 철학을 샤먼의 해안에 접목하여 ‘산과 바다의 맛’이라는 주제로 표현했습니다.


XIA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샤먼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의 개념은 ‘중국 민(民) 요리’입니다. 지역 해양문화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전통 기술과 식재료를 존중하며, 중국 각지의 요리 정수를 고루 받아들여 통합함으로써 손님의 마음에 닿는 요리를 지향합니다. 이 요리는 현대적인 창작이 가미된 스타일이에요.


저는 “지역성”을 가장 중시하는데, 지역 식재료의 핵심적 위치와 지속 가능한 실천입니다. 샤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90% 이상이 지역산이며, 1950년에 설립된 영춘 교신 식초 공장 등과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철 재료를 따라 메뉴가 바뀌며, 지역 음식 문화와 영양을 표현하고, 다양한 음식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원을 다 써서 버리는 것 없이’ 조리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양강 셰프가 XIA에서 선보이는 푸젠 요리
양강 셰프가 XIA에서 선보이는 푸젠 요리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새로운 요리 테마나 스타일이 있나요?

앞으로는 ‘板前(판젠, 오마카세 스타일)’ 식사를 탐색하고 싶습니다. 손님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올해 선보인 ‘샤야 소주방(厦夜小灶)’은 손님을 주방 안으로 초대하여 불 앞에서의 에너지를 직접 느끼게 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온기”와 “맛있음”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것입니다. 직접 요리하는 공간에서 손님과 마주하는 형태를 통해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요리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나 이야기를 전한다면, 어떤 내용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요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민지의 깊이 속에서, 마음의 경지로 나아간다”입니다. 음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풍미와 재료의 교류 속에서 시야를 넓히며, ‘중국 민 요리’의 새로운 경지를 함께 모색하고 싶습니다. 음식은 경계를 넘어 존재하며, 산과 바다의 넓음을 품고 있습니다. 민(民)의 지역성에 뿌리를 두고, 미래를 향해, 제한 없는 자세로 더 넓은 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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