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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럭셔리, 어퍼하우스 Upper House 홍콩

  • 7시간 전
  • 5분 분량

창가에 서 바라본 홍콩의 풍경은 잠시 여행자의 신분을 잊게 한다. 마치 이곳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나의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곳’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공간이 주는 흡입력 있는 안정감 때문일까, 집이 아닌데도 집처럼, 언제나 이곳에 속해 왔던 듯한 기분.


Upper House 어퍼하우스 홍콩
Upper House 어퍼하우스 홍콩

홍콩의 하버. 서양과 동양이 수없이 부딪히고 스며들며 만들어낸 시간의 결, 그리고 그 위를 미끄러지듯 오가는 배들의 궤적이 이 도시의 야망을 증명한다. 아침의 물결 위로 부서지는 햇살과 밤을 채우는 빌딩들의 눈부신 빛 사이에서 나도 홍콩이라는 도시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는 감정을 느낀다. 어퍼 하우스의 객실은 그 경계에 놓인 공간이다. 바깥의 홍콩은 여전히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 안에서는 그 모든 것이 스틸컷처럼 정제된다. 스테이가 특별한 의미가 되는 이 공간에서 보낸 사흘의 시간을 소개한다.




Upper House 어퍼하우스 홍콩
Upper House 어퍼하우스 홍콩




완전히 새로운 호텔의 정의, 어퍼하우스 홍콩


The Upper House Hong Kong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호텔 중 하나다. 세계 50곳의 호텔을 선정하는 World’s 50 Best Hotels에서 2026년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애드미럴티 한복판, Pacific Place 위에 자리잡은 곳. 너무나 고요한 이곳만의 감성이 도시의 심장 위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긴장감을 품는다.


이 호텔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이름은 Andre Fu다. 홍콩 출신의 이 디자이너는 공간 디자인을 통해 ‘삶의 태도’를 설계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며, 이후 전 세계 럭셔리 호텔 디자인의 흐름을 이끄는 주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명확하다. 과도한 장식이나 브랜드를 과시하지 않고 ‘절제된 고요함’을 통해 궁극적인 럭셔리를 구현하는 것. 이는 이후 그가 참여한 여러 프로젝트—런던, 도쿄, 상하이의 고급 호텔들—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분명 이곳, 어퍼 하우스였다.


어퍼하우스에서 지내며 내가 느낀 것은 이곳이 기존의 ‘호텔’이라는 장르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공간이 어떻게 사람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안드레 푸는 어퍼 하우스를 설계하면서 처음부터 ‘호텔’을 만든다는 개념을 비켜갔다. 그의 접근은 훨씬 더 사적인 영역에 가까웠다. 그는 이 공간을 하나의 ‘도심 속 레지던스’로 상상했다. 투숙객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잠시 동안 자신의 삶의 리듬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이 개념 구현을 위해 그는 동선, 재료, 빛, 소리, 심지어 감정의 흐름까지도 하나의 주거적 경험으로 통합헸다.




도심 속 럭셔리 레지던스의 감각
도심 속 럭셔리 레지던스의 감각




체크인으로 보는 호텔의 의도


인상적인 부분은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하는 과정이다. 굉장히 많은 호텔이 웅장하고 압도적인 로비를 디자인해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어퍼 하우스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 투숙객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환대의 중심에 도달하지 않는다. 로비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컴퓨터 두 대가 놓여진 작은 테이블은 최소한의 기능만을 수행한다. 대신, 호텔 입구에서 간단한 확인을 거친 뒤 컨시어지의 안내를 받으며 길고 조용한 이동을 거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빛이 절제된 복도를 지나며,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서서히 끊어진다. 또한 체크인은 빠르고 유려하며, 객실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투숙객은 위층으로 안내된 뒤 객실 안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필요한 설명을 듣는다.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손님을 공용 시스템에 편입시키기보다 곧장 ‘자기 공간’으로 들이는 제스처다. 이 과정에서 감각의 전환이 의도된다. 빠른 도시의 리듬에서 벗어나, 점차적으로 속도가 제거되고 나만의 자리를 찾는 경험. 이 ‘느린 진입’은 안드레 푸가 설계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장치일 것이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어퍼하우스의 내부 아트리움
자연광이 들어오는 어퍼하우스의 내부 아트리움



Andre Fu의 '철학이 있는' 디자인 디테일


재미있는 것은 ‘어퍼 하우스’라는 이름처럼, 위로 위로, 수직적인 상승의 이동이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퍼 하우스는 물리적으로도 고층에 위치하지만, 이 수직성 자체가 스토리가 된다. 건물 내부를 관통하는 높은 아트리움 공간은 자연광을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리며, 공간 전체에 깊이를 부여한다. 빛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처럼 작용하며, 하루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는 마치 지상에서 벗어나 점점 더 고요한 영역으로 이동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 공간에는 동양적 감각이 은유적으로 녹아 있다. 직접적인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그 정서를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방식이다. 천장에서 부드럽게 확산되는 빛,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재료의 질감, 그리고 공간의 여백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안드레 푸는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구분 짓지 않고 하나의 감각으로 통합한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어퍼하우스 욕실과 욕조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어퍼하우스 욕실과 욕조

재료의 선택 또한 그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화려하거나 과시적인 소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자연에서 비롯된 재료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목재, 석재, 래커, 종이와 유리의 질감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이들은 모두 빛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난다. 특히 욕실의 밤 조명은 정말 아름답다! 빛은 이 재료들을 통해 흡수되거나 반사되며, 공간은 하루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움직이는 환경을 만든다.









객실의 느낌은 거주 공간의 감각이 곳곳에 드러나는데, 가구의 배치, 동선의 흐름, 시선의 방향까지 ‘레지던스’ 같은 장기 주거의 힌트를 전달한다 컬러는 극도로 절제되어 전체적인 톤은 차분하고 밝은 우드톤이 지배적이며 강한 대비를 피한다. 이러한 선택은 외부의 홍콩이라는 도시와의 관계를 고려한 결과다. 내부가 고요할수록, 창밖의 도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즉, 인테리어는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는, 풍경을 위한 프레임으로 기능한다. 실제로 많은 창문들이 ‘영화 같은’ 장면을 담아내고, 창틀과 객실 내 공간은 캔버스처럼 홍콩의 풍경을 뒷받침한다. 홍콩의 스카이라인이 한 폭의 풍경처럼 펼쳐지고 빅토리아 하버의 수면 위로 반사되는 빛, 촘촘하게 들어선 빌딩들의 리듬,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배들의 움직임까지 - 침대에 누워 있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외부의 도시와 내부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로비와 수영장 등의 공용 공간을 제거하고 객실에 집중한 기획은 공간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웅장한 샹들리에가 있는 로비 라운지에서 차도 마시고,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도 하는 ‘만남의 장소’는 없지만, 마치 홍콩에 있는 글로벌 CEO의 레지던스와 같은 럭셔리한 ‘머무름의 장소’를 제안한다. 이곳에서는 타인과의 접촉이 최소화되며, 대신 개인의 시간과 감각이 극대화된다. 마치 호텔보다는 개인 아파트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 공간은 철저히 나만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도시의 존재가 더 또렷하게 감지된다.




중식, 건강식, 양식 등 여러가지 컨셉 중 선택할 수 있는 조식 메뉴
중식, 건강식, 양식 등 여러가지 컨셉 중 선택할 수 있는 조식 메뉴


'객실 중심형 환대' - 모든 것을 내 집으로


호스피탈리티 스타일도 개성있다. 역시나 전통적인 럭셔리 호텔의 서비스 문법과는 사뭇 다른데, 개인의 리듬과 취향을 읽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말했듯 이곳은 ‘로비 중심형 환대’가 아니라 ‘객실 중심형 환대’인데, 객실은 머무는 공간이면서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개인적 무대가 된다. 이곳에서는 체크인도, 설명도, 휴식도, 웰니스도, 심지어 다이닝의 일부까지 객실이라는 사적인 영역 안에서 이어진다. 스파 공간이 없는 대신 마사지, 페이셜, 네일, 스타일링과 같은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 역시 객실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이 호텔에서 가장 작은 룸조차도 다른 럭셔리 호텔의 스위트룸 사이즈에 가까울 정도로 넓게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스파 베드를 설치해도 충분한 덕분이다.


어퍼 하우스의 접객이 독창적인 이유는, 서비스를 ‘보여주는 기술’보다 ‘불편을 없애는 기술’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특정 부서만이 환대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동일한 톤과 태도로 움직인다. 유지보수 직원조차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도움을 제공하는 모습은, 이 호텔의 서비스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핵심은 각 여행자에게 맞춰진 경험을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손님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태도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전통적인 버틀러 중심의 럭셔리 서비스도 정말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특정 인물이 전담하는 서비스가 아닌 - 누구와 마주하든 일관된 경험이 이어지는 구조에서도 큰 편안함과 감동을 얻었다. 서비스는 위계적인 의전이 아니라, 작은 팀이 하나의 흐름으로 투숙객의 체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직원은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자신의 판단과 감각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한다.




어퍼하우스의 웰니스 프로그램
어퍼하우스의 웰니스 프로그램

웰니스 또한 흥미로웠다. 어퍼 하우스는 대형 스파 시설이 없다. 대신 24시간 이용 가능한 피트니스 공간,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 그리고 객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트리트먼트를 통해 개인화된 휴식을 제공한다. 사운드 배스, 가이드 명상, 요가, 장수 중심의 테라피 프로그램 등은 일정 기간마다 구성되어 순환적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항노화 프로그램’을 체험했는데, 고압산소치료기에 들어가 45분간 휴식을 하고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얼음 목욕(Cold Plunge)와 사우나 루틴을 직접 해 보았다. 정말 뭐랄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홍콩에서 수천억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라면, 이런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라이프스타일일 것 같다는. 훌륭한 마사지도 좋지만, 정말 라이프스타일 항노화 프로그램도 너무나 어퍼하우스와 잘 어울렸다.


그 외에도, 객실 내 미니바는 집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다양한 스낵과 음료가 포함되어 있고 와인 등의 일부 주류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모두 무료다. 객실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배제하고, 정수 시스템을 통해 물을 제공하며, 욕실 어메니티 역시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 담겨 제공된다. 레스토랑과 공용 공간에서도 에너지 효율과 자원 절약을 고려한 운영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선택들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호텔이 지향하는 가치와 태도를 반영한다.


디지털 시스템 역시 수준 높게 디자인되어 있는데 QR 기반의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객실 서비스, 레스토랑 이용, 다양한 요청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불필요한 대면 과정을 줄이고 높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기술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서비스의 마찰을 줄이는 보이지 않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전반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럭셔리’가 아니라 ‘느껴지도록 설계된 럭셔리’임을 체감한 사흘간의 시간이었다. 서비스는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모든 순간에 존재해 일관된 경험을 제공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속도와 그 방식이 나에게 존재했던 것처럼, 홍콩에서의 특별한 ‘하우스’ 경험. 나 또한 ‘럭셔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다. 그것이 과연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많은 것을 갖추는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덜어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어퍼하우스가 제안한 답변에는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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