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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너머에서 만난 베트남, Marriott Luxury Dining Series in Phu Quoc

  • 8월 10일
  • 6분 분량

좋은 미식 경험은 곧 진정한 여행과 같다


Pastry Chef Rémy Gaulé, Chef Cường Nguyễn, Bartender Marco Dongi, Chef Summer Le, Chef Olivier Elzer
Pastry Chef Rémy Gaulé, Chef Cường Nguyễn, Bartender Marco Dongi, Chef Summer Le, Chef Olivier Elzer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그곳의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식사를 전후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까지 모두 함께 ‘식사 경험’을 만든다. 최근 럭셔리 호텔들이 미식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음식을 통해 그 목적지를 진정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 며칠 동안 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 Resort & Spa에서 경험한 Marriott International의 Luxury Dining Series에서, 이 생각이 축제가 됐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Luxury Dining Series는 Marriott International의 Luxury Group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를 연결해 진행하는 미식 프로젝트다. 2026년의 주제는 ‘Across the Table’. 8월 5일부터 9일까지 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 Resort & Spa를 시작으로 The Naka Island, a Luxury Collection Resort & Spa, Phuket, The St. Regis Maldives Vommuli Resort, 발리의 Mandapa, a Ritz-Carlton Reserve, The Ritz-Carlton, Kyoto를 거쳐 10월에는 Luminara, The Ritz-Carlton Yacht Collection까지 이어진다. 여섯 목적지가 각자의 음식과 문화에 기반한 이야기를 만들되, 결국 하나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경험으로 연결한다는 것이 올해 시리즈의 큰 방향이다.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일반적인 ‘스타 셰프 갈라 디너’와는 조금 달랐다. 셰프와 가까이에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Chefs [At The] Table, 지역의 전통과 식재료를 조명하는 Heirloom AM과 PM, 여러 셰프가 함께 만드는 The Grand Banquet, 믹솔로지스트가 참여하는 Spirited Social, 생산지와 기술을 직접 경험하는 Journey To Exceptional Taste 등으로 프로그램이 세분화 됐다. 푸꾸옥에서는 여기에 베트남의 아침 식문화와 가정식, 해산물, 카카오, 칵테일, 프렌치 페이스트리 경험까지 더해졌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프로그램이 이어졌지만 흥미로웠던 것은 각각의 경험이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며칠 동안 여러 방향에서 베트남과 푸꾸옥, 그리고 이 도시를 배경으로 모인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여행에 가까웠다.


Madam Ánh Tuyết and her vietnamese local dish
Madam Ánh Tuyết and her vietnamese local dish

먼저, 로컬 요리의 대모를 만났다. 베트남 전통 음식의 중요한 계승자로 평가받는 Madam Ánh Tuyết은 하노이 구시가지에서 Anh Tuyet Restaurant을 운영해오며, 오랜 시간 베트남 전통 조리법과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보존하고 전해온 인물이다. 아침 조식 뷔페라는 대중적이고 열린 플랫폼을 통해서 이 자리에 모인 미디어는 물론이고 일반 투숙객이 모두 함께 ‘진짜 베트남 음식’을 제대로 경험하는 자리였다. 베트남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롤과 국수 등 어쏀틱한 메뉴가 눈앞에서 신선하게 요리되는 활기는, 마치 로컬 시장을 찾은 것처럼 에너지를 주는 느낌이었다.




Madam Ánh Tuyết and Banana Flower Salad
Madam Ánh Tuyết and Banana Flower Salad
Madam Ánh Tuyết's dishes
Madam Ánh Tuyết's dishes

Madam Ánh Tuyết은 JW 메리어트 호텔의 Nguyễn Hải Hưng 셰프와 함께 베트남의 전통 요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Vietnamese Heritage Dinner도 선보였다. 마담이 눈앞에서 바나나 꽃과 새우를 주재료로 여기에 신선한 허브, 볶은 땅콩과 전통적인 새콤달콤 피시소스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를 직접 요리해 시연했고, 응유엔 셰프는 베트남 로컬 푸꾸옥 후추를 듬뿍 넣어 만든 소스와 안심 구이를 메인 요리로 선보이며 서로 다른 세대와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베트남의 가정식이라는 주제를 함께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화려한 재해석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베트남 사람들이 오랫동안 친숙하게 먹어온 맛을 지금의 호텔 다이닝이라는 환경에서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포인트. 식사와 함께, 전통 공연도 함께 진행됐다.



Local Fish market tour with chef Li Huynh of JW Marriott Phu Quoc
Local Fish market tour with chef Li Huynh of JW Marriott Phu Quoc

JW 메리어트 팀의 큐레이션을 따라, 푸꾸옥 로컬 시장을 함께 견학한 뒤 이른 아침 현지 식당에서 먹은 식사가 특히 기억에 남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은 이미 꽤 친숙하지만 현지에서 며칠 동안 아침마다 다른 베트남 음식을 접하다 보면 ‘베트남 음식’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 얼마나 다양한 지역성과 생활 방식이 존재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Local bún quậy
Local bún quậy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푸꾸옥을 대표하는 분꿔이(bún quậy)였다. 새우와 생선 등을 이용하고 갓 만든 면과 뜨거운 국물을 더해 먹는 푸꾸옥의 대표적인 국수로, 이름의 ‘quậy’가 연상시키듯 곁들이는 소스를 직접 섞어 완성해 먹는 과정도 음식 경험의 일부다. 파인 다이닝 셰프들의 정교한 요리도 좋았지만 여행자로서는 이런 지역의 일상적인 음식 한 그릇이 오히려 지역성을 가장 가까이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매일 아침, 호텔 안과 밖에서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행복한 며칠이었다.



Chef Cường Nguyễn & Chef Nguyễn Hải Hưng
Chef Cường Nguyễn & Chef Nguyễn Hải Hưng


바다를 빼놓고 푸꾸옥의 음식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Khem Beach를 바라보는 비치 레스토랑 Red Rum에서는 An’s Saigon의 Chef Patron이자 공동 창립자인 Chef Cường Nguyễn과 Sheraton Phu Quoc Long Beach Resort의 Chef Nguyễn Hải Hưng이 함께 푸꾸옥의 신선한 해산물과 시장에서 만나는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각자의 시각을 풀어냈다. 호치민이라는 베트남 최대 도시의 레스토랑에서 활동하는 셰프와 실제 푸꾸옥의 호텔에서 일하며 현지 재료를 접하는 셰프가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메뉴를 만든다는 설정 자체가 이 시리즈의 취지와 잘 맞았다.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진 편안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공간에서 해산물을 먹다 보면 ‘로컬 식재료’라는 표현이 추상적인 홍보 문구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펼쳐진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다.




Pastry Chef Rémy Gaulé
Pastry Chef Rémy Gaulé

프렌치 페이스트리도 인상적이었다. 메리어트 럭셔리 그룹인 The St. Regis Hong Kong의 Executive Pastry Chef Rémy Gaulé가 French & Co에서 선보인 애프터눈 티는 베트남이 서구적 문화와 교차하며 발전해 온 역사를 작게 축소한 듯했다. 프랑스 페이스트리의 정교한 테크닉 위에 JW Garden의 식재료와 푸꾸옥의 열대 자연, 특히 섬을 대표하는 후추를 비롯한 로컬 재료를 연결했다. 페이스트리와 프티 푸르처럼 전형적으로 프랑스적인 형식 안에 베트남의 향과 재료가 들어오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베트남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페이스트리라는 자신의 언어를 유지하면서 장소의 맛을 받아들이는 접근이었다.



Bittersweet Chocolate Factory Masterclass with Glenlivet
Bittersweet Chocolate Factory Masterclass with Glenlivet

또 다른 오후에는 초콜릿을 통해 다양한 베트남의 맛과 아이디어를 만났다. Journey To Exceptional Taste의 Bittersweet Chocolate Masterclass는 Bittersweet Chocolate Factory의 아티장 팀과 함께 카카오가 초콜릿이 되는 과정을 배우고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발효와 로스팅, 콘칭, 템퍼링 같은 초콜릿 제조의 주요 단계를 살펴보고 싱글 오리진과 블렌디드 초콜릿을 비교해보며 나만의 초콜릿을 함께 만들었다. 완성된 초콜릿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 과정까지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Luxury Dining Series가 말하는 ‘Journey’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Mixologist Marco Dongi
Mixologist Marco Dongi

밤에는 또 칵테일이 빠질 수 없다. 원래도 참 좋아하는 방콕 Bar Sathorn의 Mixologist and Bar Manager Marco Dongi가 참여한 Spirited Social은 푸꾸옥의 열대 과일과 로컬 보태니컬,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향을 칵테일로 풀어낸 바 테이크오버였다. 호텔 미식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셰프와 음식이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좋은 여행에서 바에서 보내는 밤 역시 중요한 기억이다. 특히 하루 종일 이어진 프로그램이 끝난 뒤 전혀 다른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Across the Table’이라는 주제와도 잘 맞았다. 결국 테이블 위에 놓이는 것이 음식이든 칵테일이든 중요한 것은 그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 날, 칵테일을 여러 잔 마시며 참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미식의 기억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정말로 다시 느꼈다.




Gala Dinner The Grand Banquet: Vietnam in Celebration
Gala Dinner The Grand Banquet: Vietnam in Celebration

그리고 이번 푸꾸옥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커다란 홀에서 진행된 The Grand Banquet: Vietnam in Celebration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미쉐린 스타 셰프 Olivier Elzer, 베트남 최초의 미쉐린 그린 스타를 받은 Nén의 창립자이자 Executive Chef Summer Le, 그리고 An’s Saigon의 Chef Cường Nguyễn이 함께했다. Olivier Elzer는 JW Marriott Phu Quoc의 Pink Pearl by Olivier E.를 이끄는 Chef-Founder이자 Creative Director로, 클래식 프렌치 테크닉을 지역의 문화와 식재료를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셰프다. 반면 Summer Le와 Cường Nguyễn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금의 베트남 음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대 베트남 셰프들이다. 서로 출발점이 다른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베트남의 지역적 전통과 로컬 식재료를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냈다.




Gala Dinner The Grand Banquet: Vietnam in Celebration
Gala Dinner The Grand Banquet: Vietnam in Celebration

하지만 그날 밤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길게 이어진 테이블과 수많은 촛불, 그리고 공간 전체를 채우는 공연이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다. 대나무와 도자기를 이용한 음악, 베트남의 전통적인 대나무 춤을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낸 라이브 퍼포먼스가 식사 사이사이에 이어졌다. 전통을 보여준다고 해서 민속 공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의 관객이 보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세련되게 느껴지는 하나의 공연으로 만들어낸 점이 특히 좋았다. 음식과 술, 음악, 공연, 공간과 조명이 하나의 긴 저녁으로 연결됐다. 촛불이 흔들리는 공간에서 베트남의 음악을 듣고, 서로 다른 배경의 셰프들이 만든 요리를 함께 먹었던 그 순간은 며칠간 이어진 시리즈 전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피날레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럭셔리 호텔에서 ‘미식’이 차지하는 위치였다. 세계적인 호텔 그룹에게 좋은 객실과 아름다운 수영장, 훌륭한 스파만큼이나 이제 음식은 목적지를 경험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단순히 유명한 셰프의 레스토랑을 호텔 안에 들이는 것을 넘어선다. 지역의 시장을 찾아가고, 전통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페이스트리 셰프가 로컬 후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경험하고, 카카오가 초콜릿으로 변하는 과정을 배우고, 밤에는 그 섬의 과일과 식물을 담은 칵테일을 마시는 것. 이런 서로 다른 경험들이 하나의 여행 안에서 연결될 때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는 장소를 넘어 목적지를 해석해주는 큐레이터가 된다.




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
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


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라는 장소였기에 그 경험이 더욱 특별했던 것도 사실이다. Bill Bensley가 가상의 ‘Lamarck University’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 리조트는 애초부터 공간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이다. 그런 공간을 며칠 동안 이동하며 Tempus Fugit에서는 베트남의 아침과 가정식을 만나고, Khem Beach 앞 Red Rum에서는 푸꾸옥의 바다를 먹고, French & Co에서는 프렌치 페이스트리와 초콜릿을 경험하고, 밤에는 칵테일을 마시고, 마지막에는 하나의 거대한 연회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호텔 전체가 하나의 미식 무대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프로그램과 장소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다. 물론 맛있는 음식도 많았고 인상적인 셰프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침마다 함께 음식을 먹고,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밤이 되면 다시 한 테이블에 모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한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베트남 음식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함께 도자기를 만들고 조개에서 진주를 채취하며, ‘Across the Table’을 느꼈다. 테이블 위로 서로 수많은 교류와 기억이 오간 특별한 이벤트였다. 미식은 결국 사람을 연결한다는 것, 그래서 호스피탈리티의 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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