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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dre에서 생각한 것들: 채식 다이닝의 설득력이란

  • 4월 3일
  • 3분 분량

미쉐린 2스타, 아시아50베스트가 선정한 아시아 17위 레스토랑, 이곳에서 만난 채식 다이닝의 정교한 설득력.




채식 레스토랑을 경험할 때마다 늘 비슷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고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이 식사는 정말 새로운가. 혹은 동물성 재료를 제거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요리는 충분히 독자적인 세계를 가지게 되는가.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느낀 적이 더 많았다. 오히려 많은 채식 레스토랑이 역설적으로 육류 중심의 식사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했다. 고기는 없지만 스테이크를 닮은 한 접시, 생선은 아니지만 세비체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스타터, 단백질의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 진한 소스와 무게감을 덧입힌 메인 코스. 그 고민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과도하게 탄수화물 재료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물리는 느낌을 주거나, 때로는 엽채류와 과일류가 만들어내는 헛헛한 단맛 때문에 배는 불러 오는데 진정한 만족감이 사라진다. 스테이크의 자리에 전형적으로 버섯이나 두부를 넣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는 있지만, 그런 방식이 반복될수록 채식은 독립적인 세계라기보다 기존 파인다이닝의 구조를 결핍 없이 재현하려는 장르처럼 보이기 쉽다. 심지어 먹고 나면, 나쁘지 않았지만, 이제 고기 구워 먹으러 가고 싶은 기분이 든 적도 많았다.


그래서 Lamdre가 반가웠다. 이곳은 적어도 내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는, 식물성 다이닝을 육식의 대안으로 설명하기보다 식물 자체의 가능성에서 출발해 다시 설계하려는 레스토랑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이 레스토랑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채소를 단지 ‘무엇을 대신하는 재료’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향과 질감과 밀도, 그리고 시간성을 가진 주인공으로 대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식물성 재료의 세계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입체적이다. 뿌리채소와 줄기채소, 잎채소와 꽃, 열매와 버섯, 허브와 산채는 각각 전혀 다른 식감과 수분감, 향의 구조를 갖고 있다. 어떤 재료는 날것에 가까울 때 가장 빛나고, 어떤 것은 충분히 말리고 다시 불리고 찌고 구워야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 어떤 채소는 입안에서 가벼운 산뜻함으로 끝나야 아름답고, 어떤 재료는 오히려 발효와 건조, 압축된 감칠맛을 통해 더 큰 존재감을 얻는다. 그런데도 많은 채식 다이닝이 이 복잡하고도 풍부한 스펙트럼을 충분히 활용하기 전에, 먼저 기존 코스의 자리에 무엇을 끼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Lamdre는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 좋았던 것은 ‘채소를 많이 썼다’는 일차원적인 사실이 아니었다. 채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맛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분명히 느껴졌다는 점이다. 접시 위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축적된 사고와 반복된 실험의 결과였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구성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식물에 대한 집중’이었고, 그 태도가 이 레스토랑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양 – 특히 중국 - 의 식물성 조리 감각에 대한 이해였다. 단독으로 조리되든, 요리 재료의 일부로 포함되든, 대체로 육류 요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로써 기능하는 서양식 채소 요리에 비해 아시아의 채소 문화는 훨씬 더 복합적인 시간과 손맛을 포함한다. 말렸다가 다시 쪄내고, 다시 건조하고, 다시 불리는 전통적인 방식들. 발효와 염장, 절임과 숙성, 수분을 조절하며 질감을 변화시키는 오래된 지혜. 부족한 것을 감추기 위해 무언가를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식물이 가진 구조를 다른 방식으로 확장시키는 기술들. Lamdre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곳은 채소를 ‘가볍고 건강한 것’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충분히 복합적이고 깊이 있으며 때로는 진한 만족감까지 줄 수 있는 재료로 대했다.


이 지점은 채식 파인다이닝이 왜 자주 어려워지는지를 역으로 설명해준다. 많은 레스토랑이 채식 요리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무엇이 부족해 보일까’이다. 볼륨이 부족하지 않을까, 단백질의 만족감이 없지 않을까, 메인 코스다운 무게감이 약하지 않을까.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콩, 두부, 글루텐, 혹은 가공된 대체재를 이용해 기존의 육류 중심 메인 디시가 주던 포만감과 존재감을 흉내 내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Lamdre는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 부족함을 모방으로 메우기보다, 식물성 재료만이 줄 수 있는 독자적인 새로운 충만함을 찾고 있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다. 전자는 설명이 필요한 요리지만, 후자는 스스로 설득하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좋은 채식 다이닝은 ‘고기를 먹지 않는데도 괜찮다’는 수준에 머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국 기준이 여전히 고기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채식 다이닝은 오히려 반대로, 왜 우리는 오랫동안 식사의 중심을 그렇게 좁게 생각해왔는가를 되묻게 만든다. 왜 메인은 반드시 육류나 생선이어야 하는가. 왜 만족감은 늘 진한 동물성 지방이나 단백질의 존재로만 측정되어야 하는가. 왜 파인다이닝의 흐름은 언제나 같은 구조를 따라야 하는가. Lamdre는 이런 질문을 접시 위에서 자연스럽게 던지는 레스토랑이었다. 그것이 이곳이 단순히 ‘잘 만든 채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하나의 동시대적 레스토랑으로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식물성 요리는 때때로 지나치게 개념적이거나, 반대로 윤리적 메시지에 치우쳐 미식적 쾌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Lamdre는 미감을 챙기면서도 식사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균형을 보여준다. 채소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질감의 대비, 향의 층위, 온도의 변화, 그리고 입안에서의 리듬감까지—이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아티초크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식감과 고소한 담백함부터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윈난 눈물콩의 싱그러움, 진한 송이 육수와 화한 솔잎 오일까지. 이곳의 강점은 ‘채식인데도 꽤 맛있다’가 아니라, 채식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감각의 정밀함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베이징이라는 도시 안에서 Lamdre의 존재감은 더욱 흥미롭다. 베이징덕을 필두로 육류 중심의 풍미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도시에서, 식물성 파인다이닝이 단순히 대안적인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미식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것은 채식이 더 이상 제한이나 대체의 언어가 아니라, 충분히 야심 있고 완성도 높은 요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식물성 재료 안에 숨어 있는 강도, 깊이, 시간, 그리고 문화적 층위를 끈질기게 끌어올린 이곳의 태도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또 다른 채식 요리 레스토랑들이 궁금해졌다. 다이닝의 역사가 양식에서 출발했지만, 어쩌면 채식으로 만들어내는 하이엔드 파인다이닝의 해답은 아시아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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