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게 먹으러, 겨울 상하이
- Julia Lee

- 2025년 12월 8일
- 4분 분량
유난이다 유난! “굳이 털게를 먹겠다고 상하이까지 가야 해?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좋은 게 요리들도 많은데?”
하지만 이 계절이 돌아오자마자 나는 결국 항공권을 결제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털게라는 이 기묘한 작은 생물이, 시간과 장소와 계절이 겹쳐야만 비로소 나타나는 짧은 미식의 황금 순간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차가운 바람, 따끈하게 데운 황주, 손끝으로 발라내는 게살, 그리고 처음 맛보는 그 농밀한 게알. 이 모든 요소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경험. 계절의 맛이자, 한 도시의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이니까.

중국의 털게 시즌을 이야기할 때 늘 따라붙는 혼란이 있다. “가을인가, 겨울인가?”라는 질문이다. 싸우지 말자. 둘 다 맞는 말이거든. 중국에서는 음력 가을, 즉 추분 이후부터 초겨울까지를 털게의 절정기로 보는데, 이 시기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2월 초 무렵이니 결국 겨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절묘한 계절의 경계에서, 털게는 마침내 알이 꽉 차고 풍미가 절정에 도달한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이 작은 게들은 본능적으로 산란을 위해 이동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영양으로 채우며 가장 맛있는 형태가 된다. 이번 글에서는 원래 중국 문화와 풍토를 반영한 음식인만큼 음력 달력을 따라, 편의상 (음력) '가을'이라고 쓸 예정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상하이는 털게에 유독 열광하는 걸까? 상하이 사람들의 털게 사랑은 지역 정체성, 계절 의식, 가을의 감정선이 다 겹쳐 있는 문화적 현상이라서 그렇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상하이의 호텔, 레스토랑, 노포, 디저트숍까지 싹 다 메뉴판을 바꾼다. 도시 전체가 “올해도 그 시간이 왔다”고 알려주는 듯한 일종의 가을 이벤트가 펼쳐지는 것. 상하이 현지인들은 “가을에 털게를 먹지 않으면 한 해가 허전하다”고 말할 정도로 집착하지만,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의아할 수 있다. “도대체 게가 뭐라고? 그냥 꽃게나 대게랑 비슷한 거 아니야?”라고. 하지만 털게는 전혀 다른 세계다. 털게의 본체는 살보다 알과 내장이며, 그 농밀하고 크리미한 풍미는 어떤 해산물도 흉내 내지 못한다. 이 짧고 강렬한 미식의 순간은, 한 번 제대로 경험한 사람이라면 매년 다시 돌아오도록 만든다.

중국, 특히 상하이 사람들이 가을만 되면 집단적으로 열광하는 식재료는 단연 털게(大闸蟹)다. 특히 상하이와 장쑤, 저장으로 이어지는 장난(江南) 지역에서는 털게가 계절의 의식 같은 존재다. 털게는 ‘Chinese mitten crab’로 불리는 민물 게로, 원래 양쯔강 하구와 양청호·타이호 같은 호수를 중심으로 서식한다. “가을에 털게를 먹어야 제대로 된 상하이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절과 깊게 연결되어 있고, 양청호 ‘대자사’라는 이름은 이미 브랜드로 자리 잡아 매년 축제가 열릴 만큼 지역의 자부심을 담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털게의 에르메스는 양청호의 대자사랄까.

무엇보다 사람들이 털게를 사랑하는 이유는 알과 내장 때문이다. 암컷의 크리미한 게알(蟹黄), 수컷의 고소한 게내장·게이리(蟹膏)는 깊고 농축된 풍미를 지녀 ‘버터처럼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식감은 부드럽고 맛은 진하며 다른 어떤 갑각류와도 대체되지 않는 향이 있어 미식적인 중독성이 강하다. 진-짜 진하다. 쫀쫀하고, 농축미 가득한 맛. 여기에 털게가 가진 짧은 시즌과 한정된 생산량은 자연스럽게 이를 럭셔리 식재료로 만들었다. 특히 양청호산 털게는 수량이 제한되어 매년 가을이 되면 고급 선물세트·상품권으로 비즈니스와 미식 문화 전반을 흔들며 ‘가을의 대표 선물’이 된다. 전통 중의학에서는 털게를 몸을 차게 하는 ‘차가운 성질’의 식재료로 보아, 생강·황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하므로, 상하이 사람들의 가을 식탁에서는 늘 따뜻한 황주와 생강채, 흑식초가 털게 옆에 놓인다. 이런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의례처럼 자리 잡아 털게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장난의 풍류를 완성하는 계절미감으로 만든다.

중국의 방대한 요리 문화 속에서 털게를 가장 잘 다루는 지역은 명확하게 장쑤–상하이–저장, 즉 장난권이다. 장쑤의 화이양 요리는 ‘게 미식’의 정통으로, 가을이 오면 레스토랑 메뉴가 털게 중심으로 재편될 정도다. 가장 기본이자 궁극적인 요리는 대자사 청증, 즉 털게를 통째로 깨끗이 쪄서 흑식초와 생강만 곁들여 먹는 방식이다. 이 단순한 요리가 오히려 털게의 풍미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기준점이어서, 현지에서는 찜으로 맛을 본 뒤에야 다른 요리를 논하는 문화가 있다. 이어 화이양식 시그니처인 게알 사자두(蟹粉狮子头), 고운 두부 위에 게알 소스를 듬뿍 얹는 蟹粉豆腐, 촘촘한 육즙 속에 게알을 채워 넣은 게알 샤오롱바오, 진득한 게알 소스를 면에 얹은 蟹黄面(게알 국수) 등이 대표적이다. 상하이 역시 장난권의 중심답게 털게 요리를 하나의 미식 문화로 발전시켰다. 가을이면 상하이의 파인다이닝부터 동네 노포까지 털게 코스(蟹宴)를 구성해 국물·찜·딤섬·면·볶음밥 등 메뉴 전체를 털게로 채우기도 한다. 저장 지방에서는 이 지역 특산 황주와 발효 문화가 결합된 취게(醉蟹)가 특히 유명하다. 샤오싱주에 게를 통째로 절여 만드는 이 요리는 알코올 향과 풍부한 감칠맛이 어우러지는 강렬한 풍미로 저장 특유의 개성을 드러낸다. 또 광둥·홍콩은 털게의 주요 소비 시장으로, 이 시기 홍콩의 미쉐린 레스토랑들이 앞다투어 털게 코스를 선보이며, 게알을 캐비아처럼 활용한 딤섬이나 고급 요리들이 등장한다. 정리하자면, 털게의 원류와 장인정신은 장쑤·상하이·저장에 뿌리내려 있고, 소비력과 응용은 홍콩·광둥이 이끈다고 보면 된다.
털게의 시즌이 왜 하필 가을–초겨울(9~11월)인지도 생태학적으로 명확하다. 털게는 민물에서 자라지만 성숙하면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회유성 생물이다. 성체가 되기까지 13~16번의 탈피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대부분 가을에 마무리된다. 탈피를 마친 이후 알과 내장이 가장 충만해지고, 살이 차오르며 향이 절정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음력 9월엔 암게, 음력 10월엔 수게가 최고”라고 말하는데, 이는 실제로 암컷의 게알이 9월에 가장 좋고 수컷의 게내장이 10월에 절정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날씨가 서늘해지는 시기에는 게의 조직도 단단해지고 비린 향이 줄어 풍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따라서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므로, 털게는 자연스럽게 ‘짧은 피크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는 계절적 열광을 더 키워 왔다.

중국인들이 털게를 이렇게 좋아하는 데에는 맛 이외의 정서적 이유도 크다. 털게는 한 마리 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 작은 살을 발라 먹고 알을 모으는 과정 자체가 풍류이자 ‘느린 식사’의 미학을 담고 있어, 자연스럽게 가을의 모임·대화·술자리와 연결된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먹기 까다롭기 때문에, 그 또한 우아하게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 또한 양청호산 고급 털게는 비즈니스 선물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여, ‘부와 품격’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가을의 장난 지역은 운무 낀 호수, 황주 한 잔, 게알 한 숟가락이라는 정경을 문학·드라마·에세이가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왔다. 그래서 털게는 맛과 풍경, 계절감이 하나로 엮인 장난의 상징적 미식이 되었다.
이 작은 민물 털게는 참 많은 것을 상징한다. 가을에만 피는 미식적 집착, 장난 문화권의 자부심, 진귀한 풍미, 짧은 생태적 피크, 풍류적 식경(食景)이 겹쳐 만들어낸 독보적인 계절의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상하이와 장쑤, 저장은 털게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가장 세련되게 요리하는 지역이며, 홍콩과 광둥은 이를 현대적으로 소비하고 발전시키는 시장이다. 그래서 해마다 9~11월이 되면 중국 전역에서 사람들은 생강과 흑식초를 준비하고, 황주를 데워 한 해에 단 한 번뿐인 털게의 황금 시즌을 맞이한다. 올해, 털게를 테마로 다녀온 상하이 여행에서 또 한번 미식으로 문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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