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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평가의 클래식,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 작성자 사진: Julia Lee
    Julia Lee
  • 11월 7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0일

호텔계의 미쉐린 가이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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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는 오늘날 전 세계 럭셔리 호텔의 품질을 가늠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기준으로 통한다. 이 제도의 시작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빌 트래블 가이드(Mobil Travel Guide)’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이 평가는, 여행객에게 좋은 숙소를 추천하기 위한 리스트를 넘어, 서비스의 질과 환대의 본질을 수치화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포브스(Forbes)가 인수하면서 이름이 바뀌었고, 현재는 호텔·레스토랑·스파·크루즈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인증 체계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90개국 2,000개가 넘는 호텔이 이 평가의 대상이며, ‘Five-Star’, ‘Four-Star’, 그리고 ‘Recommended’의 세 단계로 등급이 나뉜다. 이 단순한 별의 수가 지닌 의미는 상징 이상이다. 그것은 한 호텔이 제공할 수 있는 ‘완성된 경험’의 밀도를 증명하는 일종의 언어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평가는 전적으로 ‘익명성’ 위에서 이루어진다. 평가원(Inspector)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실제 투숙객처럼 호텔을 방문해 최소 이틀 이상 머문다. 호텔은 언제, 누가 자신을 평가하러 오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 익명성을 지탱하는 또 다른 원칙은 ‘자비(自費) 숙박’이다. 평가원은 모든 숙박비와 비용을 직접 지불하며, 어떤 형태의 초청이나 후원도 허용되지 않는다. 덕분에 포브스의 별은 ‘살 수 없는 등급’으로 불린다. 평가원은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체크아웃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체크인 과정에서의 인사, 객실의 청결 상태, 전화 응대, 레스토랑 예약과 룸서비스까지—모든 서비스의 순간이 표준화된 항목 안에서 채점된다.


그 항목의 수는 무려 900개에 달한다. 하지만 포브스의 진정한 특징은 그 항목이 단지 물리적 시설을 측정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평가 항목의 약 67%는 ‘서비스’에, 30%는 ‘시설’에, 그리고 3%는 ‘게스트 경험(Guest Experience)’이라는 세 번째 축에 배분된다. 이는 포브스가 ‘럭셔리의 본질은 사람에게 있다’는 신념을 수치화한 결과다. 객실의 크기나 대리석의 질감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예상치 못한 요청에도 유연하게 반응하며, 투숙객이 진정한 배려를 느끼는 순간이다. 포브스의 인스펙터는 그 모든 순간을 객관적인 관찰 항목으로 남긴다. “감정이 아닌 증거”가 원칙이다.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불렀는가’, ‘요청한 음료가 몇 분 안에 도착했는가’, ‘객실 온도 조절은 신속히 해결되었는가’ 같은 질문들이 바로 그들의 도구다. 이런 세밀한 기록이 쌓여 한 호텔의 ‘별의 무게’가 만들어진다.



포브스 호텔 평가, 어떤 기준이 있을까


평가의 세 가지 기본 전제는 익명 평가, ·비용을 전부 지불하는 자비(自費) 평가, 반드시 대면 평가의 원칙이다.


모든 평가는 최소 이틀 이상 실제로 숙박하며 진행되고, 평가원은 언제나 일반 투숙객으로 행동한다. 호텔이 평점을 ‘구매’할 수는 없고, 결과는 전적으로 현장 점검에 기반한다. FTG는 호텔·레스토랑·스파·오션 크루즈까지 글로벌 럭셔리 영역을 묶어 매년 ‘스타 어워드’를 발표하는데, 현재 90개국 2,100여 개 이상의 대상이 등재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은 ‘서비스’의 비중이다. 시설과 하드웨어도 보지만, FTG 스스로 “방문이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가”를 평가의 핵심으로 둔다.


구체적인 항목은 크게 ‘서비스 프로세스’와 ‘시설·관리’로 나뉜다. 서비스 프로세스는 투숙 전(pre-arrival)부터 체크아웃까지의 흐름을 따라, 정확성과 신속성, 개인화와 공감, 문제 해결과 복구(리커버리) 등 세부 요소로 갈라 본다. 예컨대 예약 확인 과정의 정확한 정보 전달(요금·세금·부대비용 포함), 도착 시 환영 인사·수하물 응대의 타이밍과 매너, 객실 안내의 명료함과 투숙객 이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친화적 커뮤니케이션, 하우스키핑의 정밀도(먼지·오염·정렬 상태, 비품 세팅 일관성), 인룸다이닝의 주문-조리-배송 동선과 온도·플레이팅의 완성도, F&B 공간에서의 추천 능력과 메뉴·와인 지식, 스파·피트니스의 사전 문진과 프로그램 적합성, 야외 액티비티와 컨시어지 추천의 현지성까지가 점검 대상이 된다. FTG는 “최대 900개의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데, 그 기준들이 바로 이런 ‘경험의 질’을 각 접점에서 수치화·표준화하는 장치다.


이때 ‘익명성’과 ‘자비 원칙’은 세부 항목을 더욱 엄격하게 만든다. FTG의 각 호텔·스파 페이지에는 “We Paid(우리가 실제 지불한 요금)” 안내가 따로 실리는데, 성수기·프로모션 여부까지 감안해 가능한 한 일반 고객과 똑같은 조건으로 체류했음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즉, 예약 루트·가격 정책·업셀/크레딧 안내가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했는지까지 검증의 범주에 들어간다.


현장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항목은 ‘개인화’와 ‘세심한 배려’다. FTG는 공식 스토리 기사에서 다수의 수상 호텔을 통해 어떤 서비스가 높은 평가를 받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국의 블루 스카이 오베르주가 하이킹용 배낭·워킹스틱을 객실에 비치해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활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사례, 마로마(벨몬드)가 해변에서 스태프가 먼저 다가가 두통 완화 두피 마사지를 즉석 제공한 사례 등은 “작지만 결정적”인 감동 포인트로 소개된다. 이런 디테일은 환대의 진정성과 맥락 이해를 보여주는 항목으로 읽힌다.


스파·웰니스 영역도 독립적인 평가 축으로 다뤄진다. 프런트에서의 문진과 위생, 트리트먼트 전 과정의 설명과 동의, 제품 지식, 프라이버시와 동선 설계, 시술 중/후의 케어, 휴식 공간의 질서와 정숙, 설비의 가동 상태와 청결은 기본이다. 프라이빗 스파 스위트 구조·사전 아로마 스팀·남녀 분리 휴식 정원 등 ‘경험 설계’ 전반이 세밀한 점검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컨시어지와 ‘목적지(데스티네이션) 경험’에 대한 항목도 강하다. 호텔이 그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잘 전달하는가?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 내 호텔에서 달빛 폭포 워킹 투어 같은 로컬 액티비티를 정교하게 큐레이션해 연결하는가, 혹은 도시의 문화·미식·공예 생태계로 손님을 무리 없이 안내하는가가 평가의 핵심이다. 단순 예약 대행을 넘어, 안전성·신뢰도·대기시간·복귀 동선까지 고려한 제안이라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설·관리’ 항목은 하드웨어의 품질과 유지 상태를 묻는다. 객실의 소음·조도·온습도 제어, 침구와 매트리스의 등급과 컨디션, 수전·배관·전기 설비의 정상 작동, 공용부의 마감·마모·수선 수준, 사인과 동선의 가독성, 접근성 표준 준수 등이 점검된다. FTG는 연례 표준을 업계 자문위원회(SAC)의 의견을 반영해 갱신한다고 명시하는데, 이는 하드웨어 트렌드(예: 단열·친환경 소재·스마트 룸 컨트롤)와 안전·보건·접근성 기준 변화가 항목에 반영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은 별도의 ‘Responsible Hospitality VERIFIED™’ 프로그램으로 가시화를 높였다. 폐기물·에너지·수자원 관리부터 프런트·객실·F&B·스파/피트니스 운영 전반의 모범사례를 외부 검증으로 확인하고, 커뮤니티·건강 보안·벤더 선정 지침까지 제공한다. 스타 레이팅과는 별개 인증이지만, 실제 운영의 일관성과 팀의 학습 태도를 보여주는 ‘간접 지표’로 작동하며, 향후 서비스 평가에서 신뢰의 배경이 된다.




대체 누가 평가하는 것일까

인스펙터의 선발 역시 엄격하다. 대부분 호스피탈리티 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로, 포브스 본사의 내부 교육을 거쳐야만 공식 평가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훈련은 표준화와 일관성에 초점을 둔다. 그들은 호텔이라는 공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한다. 공항 픽업, 도어맨의 첫 인사, 프런트의 대기시간, 엘리베이터의 정리 상태, 객실 내 세팅, 밤의 턴다운 서비스, 조식 운영의 리듬까지. 모든 과정은 ‘시간의 단위’로 기록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평가원 개인의 인상에 의존하지 않고, 중앙 시스템이 자동 계산하는 점수로 환산된다. 덕분에 어느 나라에서 평가하든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매년 초, 포브스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Star Awards’를 발표한다. 누가 다섯 개의 별을 받았는지를 넘어, 어떤 도시가 럭셔리 경험의 밀집도를 높였는지, 어떤 신흥 지역이 세계 시장에 이름을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메도우드 나파 밸리(Meadowood Napa Valley)’는 호텔·스파·레스토랑 부문에서 모두 파이브스타를 받은 몇 안 되는 곳으로, 서비스 일관성의 교과서처럼 언급된다. 런던의 ‘더 코너트(The Connaught)’나 마카오의 ‘윈 팰리스(Wynn Palace)’ 같은 호텔들도 포브스의 다섯 별을 통해 도시의 럭셔리 경쟁력을 대표한다. 이런 사례들은 ‘별’이 단지 홍보 수단이 아니라, 지역 호스피탈리티 수준을 반영하는 문화적 지표임을 보여준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또 다른 특징은 그들이 평가와 교육을 엄격히 분리한다는 점이다. 포브스는 ‘The Academy’라는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 세계 호텔의 서비스 향상을 돕는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해서 등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평가와 훈련은 완전히 다른 경로로 작동한다. 포브스의 사명은 “벌주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더 나아가게 만드는 평가”다. 그래서 호텔들은 이 별을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다듬는 방향타로 받아들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브스의 기준도 변화해왔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성’과 ‘웰니스’, ‘디지털 편의’ 같은 항목이 새롭게 포함되었다. 럭셔리의 정의가 더 이상 금박과 대리석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고객의 삶을 존중하고, 진정성 있는 배려와 책임 있는 운영을 실천하는 호텔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FTG는 매년 수상 범위를 넓히며 2025년에는 사상 처음 크루즈 선상 레스토랑까지 평가 대상을 확장했다. 같은 해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336개 호텔이 파이브-스타를 획득했고, 스파·레스토랑·크루즈 부문까지 전 영역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지역별로는 윈 리조트처럼 단일 그룹이 다수의 파이브-스타를 동시 보유하는 경우도 있고(마카오의 윈 팰리스는 세계에서 파이브-스타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리조트로 여러 해 주목받았다), 휴스턴의 더 포스트 오크처럼 호텔과 스파가 동시에 파이브-스타를 받은 ‘더블 5-스타’ 사례도 눈에 띈다. 이런 발표·보도는 FTG의 적용 폭과 심사 깊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포브스의 평가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경험 설계와 실행 능력’의 총합을 정밀하게 쪼개어 수치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예약 한 통, 티 컵 한 잔, 타월 한 장, 한 번의 눈맞춤이 쌓여 “이곳이 정말 나를 이해한다”는 감정으로 귀결될 때 비로소 파이브-스타의 문턱을 넘는다. 그 과정에서 익명·자비·대면이라는 원칙과, 최대 900개에 이르는 객관적 기준, 그리고 매년 갱신되는 표준 체계가 ‘럭셔리의 정의’를 시대에 맞게 재조정한다. 그래서 FTG의 항목을 들여다보면 호텔이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존중하고 디자인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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