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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호텔 스파의 평가 기준과 Banyan Tree Macau

  • 작성자 사진: Julia Lee
    Julia Lee
  • 11월 10일
  • 5분 분량

테라피스트 따라 그저 복불복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럭셔리 스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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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에 별을 부여하다 -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스파 평가

호텔의 ‘별’이 객실과 서비스의 총합이라면, 스파의 평가는 한층 더 섬세한 경험과 감각의 층위를 다룬다. 사실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마사지를 해주는 테라피스트의 ‘손맛’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스파 경험’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고, 별점을 부여하는 것이 편차가 정말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뛰어난 시스템은 개별성으로 인한 굴곡을 뛰어넘게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향기, 접수 데스크의 첫 한마디와 인사, 표정, 사전 문진에서 묻는 질문의 깊이 – 때로는 무의미하게 번거롭지는 않은지, 그저 형식적이진 않은지, 탈의실의 동선과 프라이버시, 트리트먼트룸의 온도와 조도, 공간의 뷰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지, 테라피스트의 손이 처음 닿는 각도와 압력, 트리트먼트가 끝난 뒤의 회복 구간까지—짧게는 90분, 길게는 반나절에 이르는 경험 전체를 ‘설계’와 ‘실행’으로 나눠 검증하는 작업.

발리 최고의 스파 중 하나인 불가리 리조트의 프라이빗한 독채 공간에서 절벽 아래로 굽이치는 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경험한 마사지부터 빽빽하게 건물로 가득한 인공적인 마카오 환경에서도 자연 안으로 들어온 듯한 감각을 선사하는 반얀트리 마카오의 스파 스위트까지 다양한 스파를 경험하며 ‘스파 – 회복과 충전의 경험 – 을 가장 엄격하게 표준화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기관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900가지 항목, 스파의 퀄리티를 수치화하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 이하 FTG)는 호텔과 마찬가지로 스파도 평가원이 익명으로 실제 투숙·이용해 평가한다. 어떤 경우에도 평가자임을 밝히고 무료 혹은 특별 대우를 받지 않기에 등급을 살 수 없다고 명시한다. 평가의 철학은 동일하다. 일단 시설과 하드웨어가 좋아야 한다. 허름한 마사지샵의 성분을 알 수 없는 오일 마사지와 대리석과 원목으로 매일 관리하는 공간에서 천연 오일로 서비스하는 마사지의 평가가 같으면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사람이 만드는 서비스를 더 큰 비중으로 환산한다. “방문이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는가”라는 질문이 핵심 축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면, 비싸고 좋은 곳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만, 비싸기만 하고 결국 이 가치를 충족하는 ‘만족감’이 없으면 또한 결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구체적인 항목을 살펴보자. 스파 평가는 시간순으로 이루어진다.


프리 어라이벌(사전 접점)에서는 예약 응대의 정확성과 매너, 전화에서 보류를 요청할 때 먼저 동의를 구하는가, 요금, 소요시간, 마사지와 관련한 안내사항, 사후 관리(Aftercare)를 명료하게 안내하는지 확인한다.


리셉션/라운지에서는 도착 즉시 시선을 맞춰 환영하는지, 음료와 리프레싱 타월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안하는지, 전반적인 공간의 소음이나 향, 음악의 균형이 이루어지는지 체크한다. 스파는 극도로 개인적인 경험 중 하나다. 따라서 스파 시설은 여러 고객들에게 열려 있지만 북적거리는 은행에서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상황과는 달라야 한다. 그래서 다른 고객의 대화가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프라이버시가 설계되어 있는가도 중요한 채점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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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 안으로 들어가 보자. 물건을 안전한게 보관할 수 있는 락커가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스파의 규모에 걸맞는 시설을 본다. 습식 사우나와 스팀 룸, 건식 사우나, 온탕과 냉탕, 휴식 라운지와 동선이 적절한지, 또 처음 방문한 사람도 자연스레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거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안내판이 정리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 흔히 스파에 가서 개인 락커를 열면 옷을 벗어두고 갈아입을 수 있는 가운과 일회용 속옷이 비치되어 있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면 일회용 칫솔과 치약, 클렌징 로션,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 샴푸와 컨디셔너, 그리고 온갖 기본적인 샤워에 필요한 것들이 있는 곳도 있다. 때로는 안내판에 어메니티의 리스트가 있고, 테라피스트에게 요청시 받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청결함의 정도와 소독 루틴, 수건, 슬리퍼, 가운의 규격과 상태, 젖은 바닥의 위험 관리까지 세부 점검이 이뤄진다.


마사지에 들어가기 전, 프리 트리트먼트에서는 문진 카드가 단순 체크리스트인지, 약물 복용·수면·스트레스·통증 위치·과거 질환 등 개인화 설계에 필요한 질문을 실제로 반영하는지, 금기사항 발생 시 대체 시나리오를 제시하는지 본다.


본격적인 트리트먼트룸은 마사지 베드의 온도와 실내 공기 온도, 조도, 소음 차단, 향의 농도, 린넨 품질과 아래로 엎드릴 때 얼굴을 넣을 수 있는 페이스 크래들, 목지지대 등 침대 세팅의 물리적인 기준과, 테라피스트의 손 소독, 수건이나 천 등을 이용해 마사지를 받는 고객의 신체 노출 최소화하는 드레이핑 등의 윤리 기준이 동시에 적용된다.


시술 자체는 테크닉의 일관성(압·속도·리듬), 해부학적 이해가 드러나는 마사지, 통증과 압력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고객의 편안함을 확인하는지, 오일 등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성분과 효능, 알러지 여부 등을 이해하고 있는지, 고객의 목적(통증 완화/회복/휴식/미용)에 맞춘 온 더 플라이(현장) 커스터마이징 능력이 중심적으로 평가된다.


마사지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포스트 케어(사후 관리)에서는 샤워와 파우더룸 안내, 수분 섭취 권고, 집에서 편안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홈 케어 노하우나 재방문 주기 제안, 결제와 예약 변경 동선의 매끄러움까지 포함된다. FTG는 이런 항목을 최대 900개의 객관 문항으로 구조화해, 평가원이 예/아니오·시간·상태값을 입력하면 중앙 시스템이 점수를 산출하는 형태로 개인 편향을 줄인다.




줄리아의 픽: Banyan Tree Macau

세계 곳곳 최상의 스파를 다니며, 그 중에서도 깊은 감명을 준 것은 마카오의 ‘반얀트리 스파(Banyan Tree Spa Macau)’다. 이곳이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고 유지해 왔는지는 오히려 이곳을 경험하고 난 뒤에 알았다. 그만큼 누구든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해도 ‘인생 스파였다’라고 생각할 만큼 잘 구성된 곳이었다. 이곳은 FTG 파이브스타를 12년 연속 획득했다. 반얀트리는 브랜드 차원에서 테라피스트 교육과 시그니처 리추얼의 표준화를 강하게 유지하는데, FTG의 평가는 높은 수준의 일관성이 오랜 시간 검증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1년만에 다시 방문한 마카오 반얀트리 스파. 추석 연휴 기간이라 여전히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었고 습한 시기였다. 반얀트리의 시그니처 허브 아로마로 가득한 리조트 로비를 지나 스파 리셉션으로 들어서니 화려한 마카오의 풍경이 문 하나를 두고 완전히 사라졌다. 바닐라와 생강, 그리고 이국적인 나무향이 어우러진 공기가 가볍게 밀려왔다. 향 하나만으로도 이미 여행의 속도가 바뀌는 느낌이었다.


리셉션 데스크의 직원은 시선을 놓치지 않고 편안한 속도로 차를 권하며 문진에 대해 안내했다. 스파 스위트로 이동하는동안, 중정 형태로 하늘의 채광을 실내로 품은 작은 정원을 지나는데 마카오라는 도시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인 평화로움과 자연적인 감성이 녹아들어 있었다. 물소리가 흐르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통해 개별 스위트로 들어서는 길의 조도는 높지 않았지만 시야가 편안했고, 실내 온도는 쾌적한 선선함이 있었다.


독채 스위트는 스 프라이빗 풀빌라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벽을 따라 놓인 대나무 발, 커튼 사이로 비치는 물결 그림자, 그리고 마사지 베드 위의 린넨은 새것처럼 빳빳했다. 팀 사우나와 샤워실, 개별 자쿠지, 스팀 룸과 라운지로 아주 넓게 구성되어 있었다. 어메니티는 클렌징을 지울 수 있는 오일과 폼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 편리했다. 먼저 풋배쓰를 진행하며 테라피스트가 마사지의 강도와 스타일을 체크했는데, 그 사려깊음에 놀랐다. 이어 장미꽃잎을 띄운 밀크 바스, 수분을 가득 채우는 스팀 샤워를 즐긴 뒤 편안하게 베드에 누웠다. 마사지를 마친 뒤 눈을 뜬 공간의 아름다움도 특별했다.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천장의 디자인은 어두운 배경으로 별빛처럼 작은 조명들이 가득했다. (롤스로이스 스타라이트처럼!) 몸과 마음 가득 충전하고, 우주에 있는 것처럼 좋은 느낌.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즈음, 마지막 티와 예쁘게 준비된 과일을 즐기는 동안도 여유로웠다. 마치 우붓 리조트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마저 조심스러울 것 같은 공간. 반얀트리 스파의 전반적인 경험은 ‘화려함’보다 ‘조용한 럭셔리의 정밀함’이었다. 화려한 시설이나 장식이 배경이지만 그것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과 자연의 향이 주는 회복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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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투표형 스파 평가

포브스 외의 스파 평가 지표는 또 무엇이 있을까?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é Nast Traveler)의 ‘리더스 초이스’는 독자 투표형으로, 데스티네이션 스파·리조트 스파를 지역 및 세계 단위로 순위를 낸다. 이는 현장 검사형 등급은 아니지만, 대규모 실제 이용자 선호와 인지도를 가늠하는 보조 축으로 가치가 크다. 유럽 섹션에서 란저호프 질트(Lanserhof Sylt), 팔라초 피우지(Palazzo Fiuggi), 식스센스 카플란카야 같은 메디컬/리트리트형 스파가 상위권을 차지하며, 의학과 영양 치료가 결합된 통합 웰니스 모델의 부상을 보여준다. ‘월드 스파 어워즈’, ‘월드 럭셔리 스파 어워즈’도 업계 전문가와 소비자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카테고리별, 지역별 수상 공간을 분류하며, 브랜딩에 활용된다. 단, 이런 투표형 어워드는 인스펙션 중심의 품질 등급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 당시 어디가 인기있고, 요즘 핫한지 표현하는 척도이기에 전년도와 올해의 격차가 품질의 등락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스파의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도 있다. 국제 테라피스트 자격은 브랜드와 무관하게 테라피스트 개인의 역량을 증명한다. 대표적으로 CIDESCO(1957년 설립), CIBTAC(Ofqual 규제), VTCT(ITEC) 계열이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예를 들어 CIBTAC 레벨3 스파 테라피 디플로마는 습·수치료, 바디랩·스크럽, 바디 마사지, 인도식 헤드·스톤·아로마 중 택1, 그리고 건강·위생·응급·해부생리를 필수로 포함한다. 학습 성과에는 열·수치료 제공 준비, 금기·위험 식별,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안전·윤리 요소가 명시된다. ITEC의 레벨3(홀리스틱/스포츠 마사지 등)는 압·리듬·기법(에플레라주·페트리사지·타포망 등)과 근막·연부조직 테크닉을 포함하고, 평가·기록·콘트라인디케이션 관리가 필수다. 호텔이 내부 교육을 아무리 잘해도, 이런 국제 자격 체계는 인력 풀의 최소 보증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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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핵심은 아니지만 중요한 고려 대상도 있다. 웰니스 경제의 맥락이다.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GWI)는 웰니스 경제를 6조 달러 이상 규모로 추정하며, 스파 산업을 시설·교육·컨설팅·투자·미디어까지 포함한 생태계로 정의한다. 팬데믹을 거치며 ‘청결·안전 프로토콜’이 표준화되었고, 스파 평가 항목 속 위생·환기·공용부 동선·접촉 최소화 기준이 업계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럭셔리 스파의 평가는 체험을 얼마나 정확히, 일관된 품질로 실현하는지를 중점으로 본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익명 및 비용 지불, 대면 평가라는 신뢰의 삼각형을 세우고, 프리 어라이벌—리셉션—하이드로/라운지—문진—트리트먼트—포스트 케어로 이어지는 여정 전체를 객관 문항으로 잘게 쪼개 알고리즘으로 환산한다. 투표형 어워드는 시장의 인지도와 선호를 보여주는 보조 축이며, CIDESCO·CIBTAC·ITEC 같은 국제 자격은 인력의 기초 안전선과 전문성을 보증한다. 사례는 충분히 말해준다. 반얀트리 스파의 다년 연속 파이브스타는 ‘브랜드 리추얼의 정교한 표준화’가 곧 신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좋은 스파란,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중심에 놓고 시작(문진)과 끝(사후 케어)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곳이다. 그 끊김이 없이 흐르는 시간이 있다면—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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