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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WORLD’S BEST CHEFS


대지의 무한한 선물을 찾다

비르힐리오 마티네즈 Virgilio Martínez 셰프


© Roy Mun

 


미식가들이 최근 주목하는 곳을 꼽자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도시, 페루 리마!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정글이 공존하는 페루의 독특한 지리적 조건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식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셰프들의 선두에는 레스토랑 센트럴 Central 의 셰프 비르힐리오 마티네즈가 있다


2017년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의 순위가 발표되던 날 오전, 비르힐리오 마티네즈 셰프와 만나 멜버른의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셰프는 바로 전날까지 멜버른의 모던 호주 음식 레스토랑 아티카 Attica 의 셰프벤 셰리 Ben Shewry 와 함께 지역 식재료를 보러 다녔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페루의 토착 식재료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만큼, 호주의 식재료들도 그의 관심을 끌었다. “핑거라임은 원래 알고 있었고 요리에 써본 적도 있지만 호주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핑거라임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알의 크기도, 색도 다양한 것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는 페루의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는 식재료를 폭넓게 활용하고, 섬세한 손길로 요리해 접시에 올린다.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50가지 방식으로 만든 감자 요리로 4000여 종에 이르는 페루 감자 중 몇 가지 종류를 튀기고, 삶고, 껍질을 발효시키고, 말리고, 젤리로 만들고, 가루를 내는 등 다양한 테크닉을 활용해 만든다. 이처럼 페루의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그의 독창적인 요리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하는 셰프의 말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지역 농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좋은 작물을 받아 쓰는 것은 오뜨퀴진을 선보이는 셰프들의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하지만 비르힐리오 마티네즈 셰프는 그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간다.





그는 센트럴 주방 팀원들과 함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산과 들로 나가 직접 식재료를 찾아보고, 리마대학교 연구센터와 연계해 식용으로 활용할 수있을지 여부를 검토한 뒤 프로파일링을해 그만의 ‘카탈로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센트럴 주방 팀원들의 노력으로 페루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하나 둘씩 추가되고 있는 셈이다.


“페루처럼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것은 정말 축복이에요. 우리가 ‘감자’라고 부르는 것들만 해도 4000종이 넘습니다. 저는 그중 10%도 채 알지 못하니,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음식에 사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지요.”

그는 때로 농부들을 찾아가 그가 아마존 정글부터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독특한 지리적 환경에서 발견한 식재료를 경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농부들이 기존에 생산하던 식재료를 공급받는 것도 좋지만 함께 협력해 생산하는 것도 멋진 일이죠. 식재료의 폭이 넓어지고, 매번 야생 재료를 채집하러 다니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요리에 사용할 수있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그의 요리를 과연 페루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지금까지 페루 사람들이 먹기는커녕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 지역의 토착 요리에 단 한번도 활용된 적이 없는 낯선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가 비르힐리오 마티네즈 셰프의 ‘모던 페루비안 Modern Peruvian 퀴진’으로 간주되는 것이 마땅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페루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 ‘페루 음식’이 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이에 대한 셰프의 생각을 물었다.


“식재료를 오랜 기간 알면 그것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합니다. 사람들의 지식과 이해도에 따라 전통도 깊어가는 것이죠. 흔히 시장에서볼 수 있는 채소들처럼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내에서도 알지 못하는 재료들은 무궁무진해요.


프랑스식으로 표현하자면 테루아라고나 할까요, 그 땅의 기운과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물, 소금, 모든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지역 사람들에 의해 멋진 요리로 재탄생될 수있다고 봅니다. 음식에 대한 과거의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을 발굴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셈이죠.”



ⓒCentral Restaurante


한편 그는 다양한 국적의 음식과 조리방법에서 얻은 영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페루의 오뜨퀴진은 오직 페루 전통음식만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잉카 문명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각국의 문화가 융합되어 만들어졌다고. 이번 멜버른 방문에서도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중국 음식점이었다. 호주 대륙으로 넘어온 아시아 음식이 궁금했는데 몇가지 재미있는 조리법을 배웠다면서 요리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활짝 웃었다.


“저는 우리 주방이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한가지 요리에 대해서도 각각의 사람들이 독창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셰프에게도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거든요. 저는 이런 다양성을 선호합니다.”


그는 음식과 자연, 혁신이 한 군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세계 각국의 테크닉, 다양한 관점과 창의성이 ‘지역’이라는 구심점으로 뭉칠 때 역사는 미래가 됩니다.

요리야말로 인류 문화가 농축된 결과물인데, 여기에 자연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이해한 것들을 더함으로써 우리의 지평을 넓힐 수 있죠. 저는 호주 땅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 무궁무진함 속에 음식의 미래가 있는데 말이에요.”



 

먹거리의 미래에 대한 철학

댄 바버 Dan Barber 셰프


©Roy Mun

미국 블루힐 Blue Hill 레스토랑의 셰프 댄 바버를 멜버른에서 다시 만났다. 여느 셰프들과의 인터뷰가 그의 요리 스타일과 레스토랑 이야기에 국한되는 것과는 달리, 이 자리에서는 셰프의 요리를 넘어 인류의 먹거리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셰프들의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다.


“지금껏 뉴욕에서 해 오던 wateED 행사를 런던에서 성공적으로 끝냈어요. 이렇게까지 힘들 수있다는 것을 처음 계획할 때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텐데(웃음) 결국엔 잘 끝냈네요, 휴!”



ⓒwastED


wastED 는 댄 바버가 2015년 3월, 뉴욕 블루힐 레스토랑에서 진행한 3주 팝업 행사다. 음식 폐기물 중 상당 부분이 충분히 사용 가능한 식재료라는 것을 요리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이행사는 영국 런던으로 자리를 옮겨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5주가 넘는 기간의 행사로 이어졌다. 농부, 어부, 식재료 유통업자, 가공업자와 소매점 판매자에 이르기까지 식재료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지금까지 낭비되던 식재료의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소비 방식을 이루어내는 것이그 목적이다.


수많은 셰프가 낭비되는 식재료를 이용해 군침 도는 소스와 메인 디시를 만들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알록달록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개발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꿨다. 이 행사의 기획자인 댄 바버 셰프를 움직이게 한것은 폐기물, 즉 ‘쓰레기’의 의미 자체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열정이었다.



ⓒKen Goodman


많은 사람들이 낭비되는 식재료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 상품성이 없는 못생긴 과일 같은 단편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뭇잎을 보는 이 방식에서 벗어나 나무를, 그리고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요거트와 송아지의 무게는 동일합니다.”

댄 바버는 유제품 생산의 폐기물은 다름 아닌 ‘송아지 고기’라고 말한다.


바로 와 닿지 않는 이 말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요구르트와 치즈를 먹기 위해서는 농장에서 열심히 가축의 젖을 생산해야 한다. 즉 치즈 농장에서는 젖을 만들수 있는 암소만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절반의 확률로 암컷이 아닌 수컷 송아지가 태어난다면? 5시간이 채지나지 않아 바로 총살된 뒤 폐기된다.


굳이 이 소들을 어딘가에 판매하는 것보다 폐기 처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더 나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수컷 송아지는 인류의 식문화 시스템에서의 폐기물이자 부산물이며, 음식으로 쓰이지 못하는 쓰레기다. 유제품 생산량에 상응하는 송아지 고기를 먹지 않는 이상, 이생태학적 부산물을 해결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쓰레기 적하장에 쏟아지는 식재료 폐기물을 따끈하고 향기로운 음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식문화의 힘이다.

댄 바버는 스페인의 전통 음식인 부야베스와 프랑스의 꼬꼬뱅도 버릴 법한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부야베스를 보세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요리가 원래는 어부들이 밖에 내다 팔기 힘든 망가지고 상처난 생선들을 한데 모아 비린내를 잡기 위해 이런저런 향신료를 넣고 끓여낸 음식에서 기원했어요. 꼬꼬뱅은 또 어떻고요.

그냥은 도저히 먹기 힘든 질기고 퍽퍽한 노계의 살을 부들부들하게 만들기 위해 와인을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것이죠. 이렇게 음식 문화에는 낭비되는 식재료를 멋진 요리로 바꿀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Daniel Krieger


그는 특히 미국이 음식 낭비가 심한 나라이며 이 낭비를 상쇄할 만한 식문화가 아직 발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을 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3000만 톤이 훌쩍 넘는 음식이 매년 미국 땅에 버려지는데 완성된 음식의 40%에 이를 정도다. 댄 바버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땅이 ‘에덴 동산’처럼 너무나 비옥해 식재료가 풍부한 탓에 이런 낭비가 만연해진 것이라고 설명하며, 지금까지는 큰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국 인간에게 이 모든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이 미래를 위해 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방을 넘어선 위대한 셰프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그런 별명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저의 지위를 과장해서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셰프고, 결국 맛있는 것들을 모아 보여주는(Curating deliciousness) 일을 하죠.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맛있는 것들을 경험할 수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 좋은 씨앗, 그리고 좋은 농부와 모든 지역을 생각하게 되고… 결국 사회적인 정의와 영양학까지 고려하게 됩니다.


본의 아니게 사회운동가(Community activist)처럼 활동하게 되어버리는 거예요. (웃음) 하지만 저는 꾸준히 좋은 요리를 하기 위해 힘쓰는 요리사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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