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6일, 마카오의 윈 팰리스 호텔이 아시아 각국의 셰프들과 외식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미쉐린 가이드와 더불어 셰프들의 오스카 상으로 불리는 Asia’s 50 best restaurants(이하 A50BR)의 시상식이 열렸기 때문. 2002년부터 시작한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행사는 영국의 미식평가기관인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 그룹에서 주관하며 전세계의 유명 레스토랑을 평가한 심사위원단의 투표 수를 집계해 순위를 매긴다.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한 A50BR는 그 형제 격인데, 아시아 전역에 걸쳐 음식평론가, 푸드 칼럼니스트, 셰프, 레스토랑 운영자 등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3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아시아의 주목을 끄는 레스토랑 50곳을 발표한다.
매해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셰프와 레스토랑 관계자는 물론이고 대중들까지 환호와 논란을 쏟아낸다. 아마도 최고의 기준과 생각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 최고(Asia's Best)라는 이름에서 오해할 수 있지만, 행사의 총 디렉터인 윌리엄 드류 William Drew는 이 순위 자체를 우열함의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식 전문가들이 음식의 맛과 조리의 완벽함뿐 아니라 셰프의 독창성과 총체적인 식사 경험을 고려해 투표한 내용이기 때문에, 현재 미식계가 주목하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한 외부 감사 및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의 공정성 검토가 더해져 최선의 결과를 집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A50BR 영예의 1위는 싱가포르의 오데트(Odette)에 돌아갔다. 아시아풍의 현대적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오데트는 4년 연속 1위였던 가간을 제치며 1위를 차지해 이변을 연출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13위에 오르며 ‘한국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되었고, 김대천 셰프의 톡톡이 41위로 순위권에 들며 세계적인 셰프와 저널리스트, 미식가들에게 한국 다이닝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또, 이날 일본의 12개 레스토랑이 선정되며 가장 많은 이름을 올렸다. 도쿄에 위치한 덴(Den)은 3위에 오르며 ‘일본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덴의 하세가와 자이유 셰프는 2019 셰프 초이스 상(Chef’s Choice Award) 수상의 영예도 얻었다. 9위에 오른 도쿄의 니혼료리 류긴(Nihonryori Ryu Gin)의 세지 야마모토 셰프는 2019 아이콘 상(Icon Award)을 수상했다.
ⓒAsia's 50 Best Restaurants
4년 연속 1위의 자리를 지켰던 ‘가간(Gaggan)’은 올해 2위로 물러났지만 ‘태국 베스트 레스토랑’의 자리는 지켰다. 16위에 오른 방콕의 ‘가아(Gaa)’는 신규 진입한 레스토랑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으며 수석 셰프인 가리마 아로라 셰프는 2019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Best Female Chef)로 선정되었다.

이외에 2019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One to Watch Award)에는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제이엘스튜디오(JL Studio), 지속가능한 레스토랑(Sustainable Restaurant Award)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로카보어가 선정되었다.

27일 시상식이 끝나자 셰프들은 순위와 상관없이 서로를 축하하고 한 해의 노고를 나누며 축배를 기울였다. 아시아 각 지역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음식을 선보이는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기쁨을 나누고 격려하며, 마카오 미식의 밤을 장식했다.

◆ 아시아 50 베스트의 주목할 만한 다섯가지 상

One to Watch Award 2019 – JL(Jimmy Lim) Studio, Taichung, Taiwan
싱가포르의 전통에 동남아시아의 맛과 향을 더하다.
제이엘 스튜디오(JL Studio)는 매장 오픈 불과 2년 만에 이번 상을 수상했는데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남아시아의 맛과 향을 신선한 대만 재료를 이용해 구현하고 있다. 지미 림(Jimmy Lim)은 신선하고 좋은 대만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인근 농장과 계약하여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식재료의 90% 정도를 받고 있다.
코펜하겐의 노마에서 뉴욕 퍼 세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곳에서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여러가지 관점으로 식재료를 바라보는 국제적인 시각을 키운 그는 2017년 대만에 돌아왔을 때, 유럽식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오픈을 앞두고 그 것이 본인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후 칠리크랩, 치킨라이스등의 싱가포르 전통요리가 단순히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넓은 맛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향신료와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Mod-sing cuisine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 내고 있다.

Asia Best Female Chef 2019 – Garima Arora, Gaa, Bangkok
인도식 기법과 태국식 재료를 사용하여 놀랄 만큼 현대적인 요리를 만들어내는 여성 요리사
가아(Gaa)는 그 자체로 인도식 식당은 아니지만, 수세기 동안 인도에서 발전된 요리기술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것이 음식과 사람을 더 연결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8년 미쉐린 스타를 받은 최초의 인도 여성 요리사이기도 했던 아로라는 그녀의 깊은 생각을 음식에 담는다. 사람들이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과 조합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다. 그녀는 유럽에서의 프랑스 요리만큼 인도요리가 아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Icon Award – Seiji Yamamoto, Nihonryori Ryu Gin, Tokyo
진정한 일본요리의 아이콘
10년 넘게 일본에서 활동 한 야마모토 세이지는 아오야기 레스토랑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향을 요리에 담았다. 일본 요리의 아름다움은 요리사가 특이한 재료를 쓰는 것보다 재료 고유의 잠재력을 깨우는 것에 있는데 야마모토는 그 것에 매우 능숙하다.
특히 재료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는 그의 노력은 하모(장어)를 이해하기위해 종합병원 CT에 돌려볼 정도. 계절 마다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여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그의 코스요리는 류긴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식당으로 키워냈다.

Chef’s Choice award – Zaiyu Hasegawa, Den, Tokyo
친구의 집에서 즐기는 가이세키요리
생각만으로도 어느 누구의 얼굴에나 미소를 띄울 것을 보증하는 요리사가 있다면 아마 이 요리사일 것이다. 눈과 입이 잘린 당근이 들어있는 시그니처 샐러드나 얼굴이 그려진 완두콩 등 그의 위트를 담은 도쿄 ‘덴’은 일본 고급식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는 일본어 밖에 사용하지 못할 지라도, 동료 셰프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건낸다. 그는 고객이든, 동료 셰프이든 그의 앞에서면 개인이 완전히 특별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그의 뛰어난 재치나 유머감각뿐만 아니라 그의 요리솜씨 역시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

Sustainable Restaurant Award – Locavore, Bali, Indonesia
모든 면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레스토랑, 로카보어
로카보어는 발리의 신선한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섬의 환경을 존중한다. 5년 전부터 대부분의 재료들은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조달한다. 또 동물의 모든 부분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체적인 정육점을 가지고 있다. 고기의 뼈나 생선 내장 등 남은 것들은 콤부차와 식초로 변한다.
또 인도네시아어로 ‘떠돌아다닌다’는 뜻의 ‘잘란잘란(Jalan Jala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고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록 권장한다.
로카보어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매우 심각하게 취급하는데,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모든 플라스틱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반품된다. 업장내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Trash Cooking’이라는 내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폐기물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놓는데 프로그램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감귤껍질을 세제로 사용하고, 식물의 남은 줄기는 식당의 주 염분재료인 허브염을 만든다. 로카보어의 지속가능한 윤리와 폐기물 절감 노력은 아시아의 많은 식당을 위한 모범이 되고 있다.
◆ 아시아 50 베스트를 빛낸 한국 셰프

13위 밍글스 – 강민구 셰프
글로벌 체인 레스토랑 노부 바하마 지점에서 최연소 헤드 셰프로 근무한 뒤 2014년 4월 청담동에 문을 연 밍글스는 한식을 베이스로 유럽의 스타일을 녹여내었다. 2016년부터 4년 연속 A50BR에 선정 된 밍글스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곡물, 채소, 생선 들을 한국의 ‘장’과 ‘발효초’로 조리해 선보인다.

41위 톡톡 – 김대천 셰프
톡톡은 기존의 A50BR에 진입한 다른 한국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프렌치를 기반으로 일식 조리 기법과 한국의 식재료를 접목한 ‘국적 다양한’ 퀴진이다. 한식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기존의 한국 레스토랑과는 달리 전세계의 조리법을 창의적으로 선보인 퀴진이 인정받았다는 점에 더욱 의의가 있다. 특히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를 쓰자’고 말하는 김대천 셰프는 재료가 없으면 직접 재배까지 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