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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손 안에 담다

모두가 농부가 될 수 있는 세상


일주일이 넘는 휴가를 계획할 때,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말 못하는 저 생명체가 혹시 시들거나 말라버리지는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그리던 더 나은 세계가 어느새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뉴욕 카페에 앉아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서울 부엌 한편에 놓인 로즈메리와 로메인 화분에 물을 주고, 온도를 꼭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여행 전 씨앗을 심어두고 나왔는데,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어보니 이내 싱그러운 잎이 무성하다. 깨끗하게 키운 바질잎을 툭툭 따서 파스타 위에 올려내니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기술과 사람의 협업으로 이 모든 일이 가능해졌다.



 

작은 선인장 화분 하나도 키우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혹은 너무 적게 주기 때문에. 그 적절함을 찾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 이제는 스스로 고작 화분 하나조차 키우지 못한다며 자책할 필요 없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식물의 상태를 돌봐주는 것이 손쉽게 가능해졌기 때문.


스마트 화분 플랜티 속 센서는 조도, 온도, 습도를 체크해서 식물의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햇빛이 부족한지, 물이 부족한지 직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해 식물이 원하는 조치를 적절하게 취해줄 수 있으니 걱정은 금물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화분에 바로 물을 주는 원격 급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식물의 필요에 바로 응답할 수 있다. 재배 환경에 대한 정보는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를 콘텐츠로 다운받아 활용할 수있으니 이제 식물 기르기는 식은 죽 먹기다. 식물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던 그 초록빛 소리를 듣게 해줄 기술.

이제 식물과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물을 기르는데 필요한 온도, 습도 등을 제어할수 있는 스마트 화분 ‘플랜티’. 농업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팜 기술이 적용되었다. 누구나 실내에서 손쉽게 식물을 기를 수 있다.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였다.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모듈 형식의 농장을 만들고, IoT 기술을 통해 사람의 노동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깨끗하고 건강한 채소를 키워낸다. 국내보다 중동 등 해외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플랜티 큐브’를 개발한 엔씽(n.thing)의 이야기다.


“누구나 농부가 되려면 어린아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농업이 쉬운 일이 되어야 합니다. 농업은 가장 원초적이고 필수적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분야입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노하우를 익히는데 수년이 걸리죠. 엔씽은 이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술이 도움을 줄 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에겐 농업과 사람 사이에 기술이 들어가면,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던 작물 재배가 아주 쉬운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쉽게는 컴퓨터 산업과 비슷합니다. 과거에 컴퓨터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전문 분야였습니다. 기업용 컴퓨터는 매우 크고 비싸고, 또 전문 지식이 있어야만 작동이 가능했죠. 이후 개인용 컴퓨터가 개발되어 누구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뒤이어 휴대가 가능한 노트북부터 스마트폰까지 등장하며 지금은 유치원생도 전자기기를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농업도 마찬가지로, 모바일 서비스와 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이 자리를 잡는다면 농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바쁜 직장인부터 어린아이까지도 게임하듯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낯선 작물을 기른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온라인으로 재배 데이터를 검색하고 다운받아 스마트폰으로 작물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필요한 요소 하나하나가 콘텐츠가 되어 누구나 접근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엔씽은 모바일 서비스, 재배 기술 데이터화, IoT 모니터링 및 컨트롤 등의 기술을 이용해 가정에서 간단하게 거치해두고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화분부터 컨테이너 내부를 변형해 LED 빛으로 집약적으로 작물을 재배할수 있는 스마트팜까지 크고 작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개인 화분을 인터넷으로 관리하며 원하는 작물을 소량씩 재배해 바로바로 소비하는 것이 이미 가능해졌다.





컨테이너 스마트팜인 플랜티 큐브도 인상적이다. “큐브의 콘셉트는 인터넷에 연결된 컨테이너 농장입니다. 단순하게는 완전히 밀폐된 시스템으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균일하게 작물을 생산할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내부 환경을 제어한다는 것은 날씨는 물론이고 시간까지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밀폐된 컨테이너의 특성상 외부 날씨를 바꿀 수는 없어도 농장 내부 환경만큼은 원하는 대로 제어가 가능하다. 따라서 재배 장소와 재배 시기의 한계가 사라진다. 아마존 밀림부터 사하라 사막까지, 전기 공급만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농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와 중동 지역처럼 기후 환경상 작물 재배가 까다로운 국가에서 관심이많다고. 언제 어디서든 균일한 재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으로 관리가 가능해 좁게는 F&B 비즈니스 수단부터 넓게는 식량 안보 문제까지 수요의 출처는 다양하다.


한편 플랜티 큐브에는 생육 환경이 비슷하다면 다양한 작물을 함께 키워도 되지만, 가장 최적화된 상태로 운영하기 위해서는한 컨테이너에서 하나의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좋다. 작물마다 적절한 온습도와 토양 습도, 조도 등이 모두 다르고, 큐브 내부 환경을 동일하게 조성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작물 품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


“최적의 재배 환경을 유지해 최고 품질, 최대 질량의 작물을 연중 13회 이상 수확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적층식으로 운영한다면 생산성은 몇 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지요. 이 핵심은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에 있습니다. 큐브는 자체 운영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 없이도 시스템 스스로가 농장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합니다. 농사꾼 알파고라고 하면 더 이해가 편할까요? 재배 데이터가 저장되고 쌓이며 각각의 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계속해서 찾아가죠.



저희는 이를 레시피의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맛있는 요리를 위해 레시피는 조금씩 개선되고 달라질 수 있지요. 물론 기존 방식대로 해도 음식이 완성되듯 작물 생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쌓이는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환경을 찾아갑니다. ‘설탕을 5g 넣어주세요’처럼 ‘온도 반전 주기를 8시간에 맞춰주세요’와 같은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용자들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재배 환경을 조정하면 작물의 맛이 달라진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개인 입맛에 맞는 작물도 재배가 가능하다. 국내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제공하고 있는 샐러드용 채소의 경우 셰프의 의도에 따라 아삭함과 쌉쌀함, 달콤함, 부드러움 등 다양한 부분에서 미세 조정이 가능해진 셈.


그뿐 아니라 해외 기후를 구현해 수입 작물도 재배할 수 있다. “기존까지 타이바질은 100% 냉동 수입 제품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의 기후를 국내에서 재현해 안정적인 품질의 작물을 생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들여오고 냉동과 해동을 거쳐 품질이 저하된 바질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큐브에서는 온도, 습도, 조도 조절을 통해 태국의 기후를 재현했고 현지와 거의 흡사한 작물을 생산했습니다. 현지와 똑같은, 혹은 더욱 우수한 타이바질 생산이 가능하도록 계속해서 연구 중이고요.”


그렇다면 많은 것이 자동화되고, 재배 환경이나 방법 또한 쉽게 데이터로 검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까. “저희가 중요하게 바라보는 사람의 역할은 크리에이터입니다. 단순한 농장 관리자를 넘어 작물을 키워내는 ‘농부’로, 즉 더 신선하고 더 다양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푸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발전하기를 꿈꾸죠. 여기서 저희 기술과 제품으로 그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더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보다 다양하고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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