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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술을 마시면 쉽게 잠이 들고, 길게 자는 사람은 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천국에 갈지니, 맥주를 마시자!

“Whoever drinks beer, he is quick to sleep;

whoever sleeps long, does not sin;

whoever does not sin, enters Heaven! Thus, let us drink beer!”

- 마르틴 루터 Martin Luther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개혁하고 진정한 믿음을 주장한 16세기 초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도 맥주에 대한 사랑만큼은 우리와 같았나 보다. 라거에 비해 맛과 향이 풍부한 에일부터 시큼한 매력의 람빅에 이르기까지, 개성 있는 맛으로 무장한 맥주는 알딸딸한 취기를 앞세우며 우리를 천국의 문턱으로 이끈다. 맥주 안주는 나초칩이나 치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 서운하다. 보드라운 염소젖 치즈는 물론이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폭발하는 콩테 등 당신의 ‘치맥’을 치즈와 맥주로 재정의할 치즈가 이토록 많을지니. 유럽 치즈 소식통인 양진원 기자가 맥주와 매치하기 좋은 치즈를 소개하고, 맥주 전문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우어퐁당의 이승용 대표가 이에 어울리는 맥주를 세심하게 소개했다. 그러니 이 안내를 지침 삼아 치즈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자, 한 걸음 더 천국에 다가가게 될 테니까!


 

▲ Ile de France Camembert Cr meux & Seouliner Weisse

크림 같은 질감과 고소한 맛, 잔잔한 버섯 향의 카망베르치즈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연성 블루치즈다. 차가운 상태보다 실온에서 살짝 녹아 녹진해지면 맛이 더욱 풍부해지는 카망베르에 독일 베를린 스타일의 사우어 맥주를 매치해보자.

베를린의 전통적인 지역 맥주인 베를리너 바이세의 양조법을 따라 서울에서 빚은 크래프트 비어, 서울리너 바이세. 다양한 과일이 들어가 상쾌하고 깔끔한 산미, 가벼운 질감으로 크리미한 카망베르와 훌륭하게 어울린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치즈가 카망베르이고 북유럽의 샴페인이라 극찬한 맥주는 베를리너 바이세였음을 감안하면 이 조합이야말로 그가 즐기던 비밀스러운 술상 조합이었을지도.




 

▲ Langres & Orval

화사한 오렌지색의 쭈글쭈글한 껍질 아래로 크림처럼 부드러운 속살이 숨겨진 랑그르치즈. 프랑스 샹파뉴 지방을 대표하는 화려한 치즈로, 와인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로 만든 술인 마르 드 샹파뉴로 씻어가면서 숙성한 연성 치즈다. 숙성하는 동안 별도의 뒤집기를 하지 않아 윗부분이 한라산 분화구처럼 움푹한 것이 특징. 여기에 벨기에의 오르발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벨지안 페일에일, 오르발을 매치했다. 야생 효모인 브레타노마이세스에서 기인한 쿰쿰한 헛간의 느낌이 처음엔 낯설지만, 점차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잔잔하게 올라오는 흙내음 뒤로 꽃과 과일 향이 시골 정원을 떠올리게 해 부드럽고 녹진한 랑그르와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며 한층 복합적이고 풍성한 맛을 준다.



 

▲ Beemster Gouda & Upright 6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반경성 치즈, 고다. 잡균 번식과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붉은 왁스 코팅 아래로 감칠맛이 폭발하는 치즈가 숨어 있다.

시중에서 다양한 숙성 단계별 고다치즈를 만날 수있지만, 어느 것이라도 맥주와 훌륭하게 어울린다.

18개월간 숙성해 더욱 달콤짭조름한 빔스터 고다는 블랙커피는 물론이고 깔끔한 라거와도잘 어울리는데, 이승용 대표는 로스티드 몰트와 호밀을 넣어 만든 세종 스타일의 맥주인 업라이트6를 추천한다. 프랑스어로 ‘계절’을 뜻하는 세종 Saison 은 페일에일의 한 종류로, 일감이 적고 서늘한 늦가을 벨기에의 지역 농가에서 빚던 맥주에서 유래했다. 커피 향과 캐러멜, 후추, 검은 과실류의 풍미와 나무 느낌 질감이 전반적으로 푸근한 인상을 주는 업라이트6에 빔스터 고다의 감칠맛이 더해지면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Comt & Rogue Amber Ale

최근 국내 수입되기 시작한 화제의 치즈, 콩테. 고도 1000m 내외의 프랑스 쥐라 Jura 산맥에서 생산되는 단단한 경성 치즈로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사료만 먹고 자란 토종 소의 생유로 만든다. 부드러운 맛과 너트류의 우아한 향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숙성 기간은 최소 4개월부터 2년 이상까지 지속된다. 콩테에는 오리건에 위치한 로그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미국식 에일을 매치해보자. 짙은 호박색을 띤 앰버에일은 중간 정도의 바디감과 풍성한 향이 특징이다. 색에서 연상되는 달콤한 오렌지 마멀레이드 향이 달고 고소한 치즈에 발랄한 터치를 더해준다. 흑설탕,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가 더해져 콩테와 차분하지만 힘있게 어우러진다.



 

▲ Cantorel Bleu d’Auvergne & Duchesse de Bourgogne

로크포르 Roquefort 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블루치즈인 블루 도베르뉴. 코끝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향과 강렬한 맛이 중독성 있다. 짜고 새콤하고 씁쓸하며 감칠맛이 좋은 이치즈에는 달콤한 잼이나 음료를 곁들이면 맛의 대비를 느낄수 있어 더욱 좋다.


벨기에 플란더스 지방에서 만들던 사워 레드 에일로 플란더스 레드라고 불리는 맥주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인 두체스 드 부르고뉴는 치즈와 환상의 마리아주. 잘 숙성된 발사믹 식초를 연상시키는 새콤달콤한 맛과 말린 과일의 복잡한 감미, 오크와 번트 슈가, 약간의 초콜릿 뉘앙스까지 미디엄 바디지만 상당히 강한 인상의 맥주다. 맥주에서 느껴지는 번트 슈가와 초콜릿 아로마가 치즈의 감칠맛을 극대화하고 건과일의 단맛과 치즈의 짠맛이 어우러져 꽉 찬 느낌을 준다.



 

양진원 기자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와인 국제 무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최고의 요리학교 폴 보퀴즈 Institut Paul Bocuse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했다. 현재 국내에서 와인과 음식, 치즈 소식통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식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전하고 있다.


이승용 대표는...

국내 사우어 맥주의 선구자이자 자타공인 ‘맥덕’으로, 퐁당크래프트비어컴퍼니를 운영하며 직접 맥주 양조에도 나서 독특한 제품을 생산 중이다. 경리단길 사우어퐁당, 메이드인퐁당을 비롯해 신사동, 용산 등지의 매장에서 국내 소비자의 견문을 넓혀줄 수많은 국내외 크래프트 비어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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