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다. 교육이 변화시킨 개인이 결국 세상의 혁신을 이끈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 각광받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분야에서도 교육의 의미는 중요하다.
미래의 먹거리를 지키려는 노력은 특정 대상이 아닌 전 주체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생산자, 유통업자 등의 주체들이 각 분야에서 실천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처럼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들 또한 책임감을 갖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그 시각의 중심에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전하고 교육하는 사단법인 푸드포체인지 (Food For Change) 노민영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Q. 푸드포체인지는 어떤 일을 하는지.
푸드포체인지는 식생활 교육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들자는 공동 목표 하에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중점적으로는 식생활 캠페인과 교육, 강연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있다. 대상은 미취학 아동 만 4-5세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성인까지 다양하며 각 대상마다 교육의 접근방식 면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내가 먹는 먹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에 있다.
‘푸듀케이터(Fooducator)’를 양성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음식을 뜻하는 'Food'와 교육을 뜻하는 'Educator'를 합성한 푸듀케이터는 푸드포체인지에서 실시하는 푸듀케이터 양성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이다. 현재 푸드포체인지에서 푸듀케이터로 활동하는 분들은 약 25명으로 여러 대상에게 식생활 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교육과정에 필요한 식생활 교구도 함께 개발한다. 아이들이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표적 교구로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보드게임 ‘텃밭에서 떠나는 맛여행’이 있다. 평소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당근, 잡곡밥 등의 다양한 음식의 맛을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먹거리 교육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Q. 푸드포체인지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과거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설립한 이탈리아 파르마의 ‘미식과학대학’에서 몸소 배웠던 슬로푸드 철학이 근간이 되었다. 본래 지속가능한 농업과 전통음식, 그리고 종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깃든 음식, 슬로푸드에 관심이 많았다. 그 당시 대부분의 슬로푸드 운동들이 소비자보다도 생산자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소비자들도 함께 움직임의 주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내가 매일 선택하고 소비하는 먹거리들이 내 주변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기에 이를 인지시키는 과정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았다.

현재는 성인들에게도 지속가능한 먹거리와 관련된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푸드포체인지 초기 설립 당시에 중점을 뒀던 대상은 아이들이었다. 어렸을 때 자신도 모르게 놓인 환경과 맛보고 경험한 바에 따라 결정되는 입맛과 식습관이 보통 성인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들을 푸드포체인지의 교육대상으로 설정했었다.
기존 공교육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받았던 식습관 교육들은 대부분 ‘지속가능성’의 관점보다는 ‘건강과 영양’의 관점에 가까웠다.. 물론 내가 먹는 먹거리가 몸에 좋은지 아닌지를 교육받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의 먹거리 교육은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지구의 환경 및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먹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이를 일상화하고자 하는 교육방식이 그 대안이었다.
Q. 현재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교육하고 있다.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자연스레 부모를 포함한 성인 교육이 동반되어야 함을 체감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의 먹거리 선택에 있어 주도권을 갖는 주체는 부모, 즉 성인이었기 때문에 부모가 실천하는 지속가능성도 매우 중요했다. 아직 미래의 먹거리 환경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성인들도 많이 있다.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교육이 필요하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개념보다는 실천 행동을 알리는 데에 방점을 둔다. 하루에 우리가 얼만큼의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거나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하는데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교육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아이들의 교육보다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식생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실제로 교육을 받은 성인들 가운데 끼니를 때우는 개념으로 생각해왔던 음식이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을 깨달은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그 배움을 일상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가 된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보다는 두레생협매장에 가입하여 동물복지란, 무농약 양파 등을 소비하는 분들처럼 기존의 소비패턴을 변화하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Q. 먹거리 교육을 하면서 직면했던 어려움이 있다면.
더 많은 주체들이 먹거리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길 바라는 입장으로써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 1, 2회성 먹거리 교육을 하려면 각 기관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노력이 잇따른다. 하지만 사실상 아이들이 교육받아야 할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다른 분야의 교육보다도 먹거리 교육이 우선 순위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공교육 과정에서는 먹거리 교육 외에도 입시나 다른 교과목 교육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영국처럼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적,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학교 급식 계획에 따라 2014년 9월부터 전 5-14세를 대상으로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고 왜 중요하며, 어떻게 요리하여 지속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지원이 우리나라에서도 함께 이뤄진다면 먹거리 교육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 하나는 1, 2회성 교육이 갖는 한계점이다. 물론 단기적 교육에서도 커리큘럼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 개념을 배운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를 일상 속 실천으로 습관화하는 데에는 ‘지속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발된 모델이 ‘푸릇 교육’이다.
Q. ‘푸릇 교육’은 기존 푸드포체인지의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푸릇(FROOT)’은 음식(FOOD)과 근원(ROOT)의 조합어로 '음식의 근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교육이다. 매달 두 번씩 푸듀케이터가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텃밭+미각교육’과 ‘요리 교육’, ‘음식인문사회 교육’을 실시한다. 이 때 기존의 교육과 차별점이 있다면 교육기간을 6년으로 설정한 부분이다. 초등학생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는 6년 동안 지속적으로 식생활 교육을 받게 된다.
푸릇교육을 시행할 학교를 직접 찾아 나서야 했다. 서울시에 많은 학교들이 있지만 ‘텃밭’과 ‘조리실’이 있고, 6년간 꾸준히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할 의사가 있는 학교를 찾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싶었기에 교육 복지센터의 연결을 통해 교육복지 학교로 선정된 곳들을 중점적으로 컨택했다. 그 결과 현재 강서구와 은평구에 위치한 두 학교를 대상으로 3년차 시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6년 간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주제로 시행된 교육 모델은 ‘푸릇 교육’이 최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가 교육 모델을 구상하는 단계서부터 현재 시범 교육을 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계속 쌓이고 있는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확대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Q. 푸드포체인지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음식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이는 푸드포체인지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보다는 ‘우리의 음식 소비가 결국 인간, 자연,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깊은 철학을 갖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것은 음식의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전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농부가 무슨 농법을 통해 만든 작물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사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하다.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의 위협 문제는 물론 훼손된 자연환경과 지속되기 어려운 농업사회의 문제 상황까지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푸드포체인지는 앞으로도 농촌과 소비자와의 간격을 줄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내가 먹는 음식과 사회의 현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식생활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길 바란다.
Q. ‘지속가능성’ 개념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지속가능성의 실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 자녀가 커서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깨끗하고 행복할 수 있고, 건강하려면 지금 내가 어떤 소비를,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하고 있는 행동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다보면 스스로가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과정을 ‘투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내가 어느 편에 서서 어떤 입장을 지지할 것인지를 소신껏 드러낸다. 이 맥락에서 먹거리를 구입하고 요리하는 과정은 일련의 투표다. 스스로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 내게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에 ‘배달음식은 전적으로 금지해야 하고 무조건적으로 집밥을 해먹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자의 한정된 시간·경제적 자원 속에서 조금 더 먹거리에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그 마음가짐으로 일상생활을 하면 좋겠다. 그 마음이 지속된다면 결국 우리가 꿈꾸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가까워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다이닝미디어아시아 김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