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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으로 반짝이는 기포, 입안에서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는 부드러운 거품과 기분 좋은 잔향. 아름다움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술, 바로 샴페인!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작고 독립적인 샴페인 생산자들이 주목받고, 내추럴 스타일부터 비오디나믹 와인까지 애호가들의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패션과 럭셔리의 상징이었던 샴페인을 ‘본격적인 와인’으로 즐겨 보자.




 





생산자의 철학과 테루아를 가득 담은,

개성 있는 샴페인의 시대

 

대부분 널리 알려진 샴페인 하우스는 수만 병에 달하는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샹파뉴 곳곳에서 사들인 농부들의 포도로 샴페인을 만들어왔다. 이렇게 포도원에서 포도를 수확한 뒤 압착해 얻은 포도즙, 즉 뀌베를 사들여 만드는 샴페인을 NM(Negociant-Manipulant, 네고시앙 마니퓰랑)이라고 한다. 모엣샹동, 뵈브클리코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샴페인이 여기에 속하는데, 안정적인 맛과 품질로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술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와 더불어 1960년대부터 양조기술을 배운 농부들이 직접 단일 밭에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산자이자 양조자인 RM(Recoltant Manipulant, 레콜탕 마니퓰랑)의 샴페인은 더 작은 지역에서 직접 기른 포도를 최소 95% 이상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지역의 테루아가 섬세하게 반영되며 밭에 따라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 생산자의 성향이나 철학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50여 년 전 시작된 샹파뉴의 새로운 움직임은, 한 세대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황홀한 결과물로 애호가들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형 브랜드가 지배적이던 샴페인 시장을 뚫고 영미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와이너리의 RM 샴페인이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이다. 한 잔에 얽힌 생산자의 철학과 각각의 밭에 얽힌 생동감 있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게 되는 다양한 샴페인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겐 마치 ‘팜투테이블 Farmto Table ’ 요리와도 같다고 할까. 이제 시카고 등지에 ‘RM 샴페인 바’가 따로 있을 정도인데, 한국에도 몇 년 전부터 크리스탈와인을 비롯한 많은 수입사의 노력으로 접할 수 있는 샴페인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유명 브랜드부터 소규모 생산자까지,

샴페인의 팔색조 매력

 

“사실 저는 NM, RM을 구분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우월성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죠. 좋은 샴페인은 그게 NM이든 RM이든 특색 있고 아주 매력적입니다.” 와인 저널리스트 피터 림 Peter Liem 의 말이다. 패션의 아이콘인 모엣샹동부터 자크셀로스 등 전설적인 소규모 생산자들의 샴페인까지 개인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선택권이 많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샴페인을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샴페인의 세계에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으니, 애주가들은 그저 만취를 조심해야 할뿐이다.




설명중인 크리스탈와인 이준혁 이사


크리스탈와인그룹이 주최한 ‘Artisan of Champagne’ 세미나가 광진구 더클래식500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소믈리에와 와인 애호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의 연사로는 샴페인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피터 림이 나섰다. 그와 만나 샹파뉴의 테루아부터 지구 온난화까지 지금 이 순간 샴페인의 이모저모에 대해 물었다.






샴페인, 역사상 가장 인상 깊은 시기

 

“지금 샹파뉴의 포도밭은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다채롭습니다. 개성 있는 생산자의 스타일이 모두 다르고,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다양한 자연주의 농법이 주목받으며 재배 방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중과 전문가 모두에게 아주 인상 깊은 시기죠.”


피터 림은 20세기를 이끈 대형 샴페인 브랜드와 비교하며 현재의 이야기를 꺼냈다. 슈퍼스타 NM 샴페인들은 3만헥타르가 넘는 샹파뉴 전 지역 곳곳에서 공수한 포도를 블렌딩해 만들었고, ‘가장 아름답고 럭셔리한 술’이라는 인식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소규모 생산자의 걸작들이 평론가와 애호가를 중심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의 다양성을 이루어냈다는 것.


크리스탈와인 샴페인 세미나의 와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er is better)는 듯한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RM에서도 좋은 샴페인과 나쁜 샴페인이 있고, 대형 하우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다만 RM에 개성이 반영되기가 비교적 쉽기에, RM이 주목받으며 시장에서 선택권이 많아졌다는 것이에요.”







밭으로, 땅으로,

근본으로 돌아가는 샴페인 생산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와인의 트렌드는 ‘땅’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떻게 테루아를 표현할 것인지, 얼마나 포도를 훌륭하게 기를 수 있을지,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가장 영향을 덜 미치기 위해서는 어떤 농법을 써야 하는지.

화학 성분을 최소화하는 유기농법이나 자연 효모의 과학적인 연구 개발은 물론이고 보름달이 뜬 날에만 밭에 물을 준다거나 하루에 3시간씩 클래식을 틀어두는 등 때로는 독특한 방식으로 땅의 본질을 살려 최상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세기의 와인이 양조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둔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샹파뉴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의 최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좋은 포도를 자라게 할 수 있는 기후의 북방 한계선이죠. 기후는 낮고 습도는 높아 우박이나 서리도 많아요. 포도에 해를 입히는 흰 곰팡이도 빈번해, 샹파뉴 생산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 까다롭게 땅과 포도를 관리하고 있어요. 제가 아는 그들은 최고의 장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 덕에 풍성한 버블에만 집중되었던 샴페인의 매력이, 각 지역의 독특한 테루아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확대되었죠. 생산자와 마시는 사람이 더긴밀하게 연결되었다고나 할까요.”












피터 림 Peter Liem


샴페인 분야의 전문가로, ChampagneGuide.net을 운영하며 저명한 와인 전문지인 와인앤스피리츠 Wine & Spirits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The San Francisco Chronicle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 거주하며, 수많은 포도 생산자들과 와인 양조자들을 직접 만나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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